국민의힘은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모의 묘소 훼손 사건이 ‘문중 요청’에 따른 이른바 ‘기(氣) 불어 넣기’ 작업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자 “어떤 양심의 가책이 있어 하루하루를 쫓기며 살기에 저주까지 생각해야 하는가”라고 이 대표에게 물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사건은 개인적 촌극에 불과하지만, ‘명(明)동설’이 대한민국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민생’을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며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가 추구해야 할 진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돈다는 이론인 ‘천동설’에 빗대어 이 대표가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면을 부각하고자 ‘명(明)동설’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을 알리고 “의견을 들어보니,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이라며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또는 양밥)라고 한다”고 주장했었다.
한때 ‘기(氣)냐, 살(殺)이냐’ 의견이 분분하고 민주당까지 나서서 수사를 촉구했던 이 대표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은 이 대표를 돕고자 일부 문중 인사가 행한 일로 지난 6일 드러났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이 대표는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악의 없이 벌어진 일인 만큼 당사자 선처를 수사 당국에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부모님의 묘소를 훼손하는 행위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돌아가신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하고 가슴 아프다”며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복수난수라 했으니 악의 없이 벌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수사당국의 선처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복수난수(覆水難收)’는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
같은 날 연합뉴스는 전남 강진군에서 고려청자요를 운영하는 이모(85)씨의 인터뷰를 인용해 이 대표와 같은 경주이씨 종친 등과 함께 경북 봉화군에 있는 이 대표 부모 묘소를 찾아 ‘기(氣)’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생명기(生明氣)’라고 쓴 돌 5~6개를 묻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 강진산 돌에는 이씨가 검정 페인트로 직접 ‘날생(生)’, ‘밝을명(明)’, ‘기운기(氣)’ 한자를 새겼다. 이씨는 연합뉴스에 “지난해 5월 장흥에 사는 문중 지인으로부터 이 대표가 고전하고 있으니 우리가 도와주자. 이 대표의 부모 산소에서 기가 나오지 않으니 기를 보충해 주자는 요구를 받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지 문중 인사들 안내로 이 대표 선산에 도착해 생명기가 쓰인 돌을 봉분에 묻었고, 이는 문중 인사들의 요청에 따라 좋은 취지에서 행해졌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2004년 전남도로부터 청자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도공을 양성하는 그는 풍수지리 전문가로 활동하는 지관이기도 하다.
경찰은 이 대표 부모 묘소에 ‘기(氣)’를 보충하는 뜻으로 돌을 가져다 놨다고 주장한 인물을 만나 2시간30여분간 조사를 실시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동일한 범행 동기와 함께한 인물, 돌에 적힌 글자 의미, 유족 동의 여부 등을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 진술 진위 여부 확인과 관련자 조사를 거쳐 법리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분묘 발굴죄’ 등을 적용하고 수사해왔다. 분묘 발굴죄는 반의사 불벌죄나 친고죄가 아니며 의도와 상관없이 행위 자체로 처벌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2일 브리핑에서 ‘누군가 이 대표 부모 무덤에 구멍을 내고 글 적힌 돌을 묻었다’면서 자세한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주술적 의미로 보인다는 취지로 주장했었다. 브리핑에 나섰던 임오경 대변인은 흐릿한 나머지 한 글자에 대해서는 기(氣) 또는 살(殺)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면서, “사자(死者)에 대한 테러다. 제1야당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돌아가신 분들의 묘소마저 공격하는 패륜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내길 바란다고 임 대변인이 촉구한 가운데, 같은 당 이경 상근부대변인도 자신의 SNS에서 “이 대표 부모 묘 사방을 파헤쳐 이상한 글이 써진 돌덩이를 누군가 묻었다”며 “봉분 위를 발로 밟고, 무거운 돌덩이를 올려놓았다”는 말과 함께 “끔찍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