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수출 큰 폭 감소로 경기 부진 지속” 진단

“반도체 산업 금융위기 수준 악화
내수는 서비스업 중심 부진 완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나라의 내수 부진이 일부 완화했지만, 수출 감소 폭이 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각종 지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악화하면서 경기 부진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9일 발간한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내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며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위축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신선대 부두에 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KDI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어 전월(-7.5%) 감소량의 2배에 육박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1월 14.4% 줄어든 이후 2월(-15.9%)과 3월(-17.2%) 감소세가 강해지고 있다.

 

수출을 견인했던 대(對)중국, 반도체 실적이 동반 부진에 빠졌다. 대중국 일평균 수출액 감소폭은 1월 -29.5%에서 2월 -31.1%, 3월 ?36.2%로 확대됐다.

 

KDI는 올해 2월 반도체산업 관련 다수 지표가 과거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정도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2월 반도체생산은 41.8% 감소했는데 이는 2001년 7월(-42.3%),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감소 폭이다.

 

또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0%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액 감소(-12.6%)에 ?7.9%포인트만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동률 지수와 재고율도 유사한 흐름이다. 2월 반도체 가동률 지수는 직전 정점 대비 49.1% 하락하면서 2001년 7월(-42.3%),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감소폭을 기록했다.

 

KDI는 “전체 수출액 중 18.9%(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경기 하락은 수출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 서울시내 한 중식당에 음식 가격표가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고용시장에 대해선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등 둔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4.2%를 기록한 3월 소비자물가에 대해선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되면서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내수의 경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 서비스업 생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이후 여행수요가 늘어나며 음식점 등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전월(4.8%)보다 높은 7.2% 증가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