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크루즈 타고 경인아라뱃길 달린다

서울시, 서해뱃길 사업 본격화
2024년 2월 여의도 신규 선착장 개장
1000t급 이하 3척 동시 정박 규모
수상·육상 관광 상품 활성화 전망
수생태계 등 환경영향 극복 숙제

“와아∼.”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관공선 선착장에서 출발한 ‘한강르네상스호’가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행주대교 인근 아라한강갑문이 서서히 열리자 선내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갑문은 수위 차가 있는 한강과 아라뱃길의 수위를 같게 만들기 위한 관문이다. 갑실에 약 15분간 머무르던 배가 한강과 아라뱃길의 수위가 맞춰지면서 열린 갑문을 지나 탁 트인 서해 뱃길로 나아갔다. 폭 22m, 높이 16.4m의 거대한 갑문이 서서히 열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아라뱃길로 들어선 배는 시속 10∼15노트(18.5㎞∼27.8㎞)로 약 1시간20분을 더 달려 경기 김포시와 인천 계양구를 지나 아라타워가 있는 인천 서구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여의도한강공원 내 신규 선착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내년부터는 여의도에서 1000t급 유람선을 타고 경인아라뱃길을 통과해 인천까지 가는 일이 일상화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26년으로 예정된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 개항에 앞서 여의도한강공원 내에 신규 선착장을 만들고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본격 운항한다고 9일 밝혔다. 선착장은 1000t급 이하 선박 3척을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한다. 완공과 동시에 연간 150회 이상 정기 운항 노선을 운영할 방침이다.

여의도 선착장이 조성되면 수상·육상을 연계한 관광 상품이 활성화할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한강을 따라 이동하며 주변 경관과 선상 공연을 즐기고, 정박 후엔 배에 실어온 자전거를 타고 서해 섬 명소를 체험하는 등 서해뱃길만의 독특한 관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주용태 시 한강사업본부장은 “한강 둔치는 다른 어떤 도시에 견줘도 즐길 거리가 많지만 수상은 그렇지 않다”며 “내년 여의도에서 아라뱃길 운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2026년 서울항이 조성되면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선착장 조성에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김진만 현대크루즈관광 대표는 “런던 템스강, 뉴욕 허드슨강 등 전 세계 대도시들이 강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한강은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며 “아라뱃길은 한강을 연결하지 못해 탑승객이 연간 25만명 정도였지만 여의도 선착장이 만들어지면 운항 첫해 80만명, 이듬해 120만명, 5년 내 200만명까지 이용객이 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 2척으로 운항을 시작해 5년 내로 선발을 5척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 선착장은 이달부터 설계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1월 시범 운항을 거쳐 한강의 결빙기가 끝나는 2월부터는 본격 운항될 예정이다.

다만 아라뱃길 주변의 단조로운 경관은 아쉬운 대목이다. 여의도와 아라인천여객터미널을 오가는 약 2시간20분의 편도 운행 시간 중 아라뱃길 대부분의 구간에 양측으로 뻗은 제방 뷰가 이어져 선상의 볼거리가 기대만큼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최대 규모 인공 폭포인 ‘아라폭포’ 풍경이 잠시 펼쳐졌지만, 운항 코스 전반의 지루함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생태계 훼손을 우려해 서울항 조성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설득도 과제다. 시는 이르면 5월부터 수생태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환경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객관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해 한강에 미칠 영향을 따지고 자연성을 보존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찾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