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찾은 ‘울산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남구 옥동. 200여개의 학원이 밀집된 곳이다. 강남 마약음료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찾았다. 기자와 만난 학부모들은 “강남처럼 음료수를 주는 건 못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학부모는 “뉴스를 보고 나니 불안해 아이에게 ‘밖에서 주는 건 아무것도 먹지말라’고 말한다. 교회 행사에서 요구르트를 받아 마셨다고 해 혼냈다”고 전했다. 지방에서도 마약이 구하기 쉬워졌다고 하는데, 진짜
그럴까. 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검색해보니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울산과 마약 은어를 검색해보니 비밀대화를 할 수 있는 SNS 아이디와 구매처가 여러 건 검색이 될만큼 간단히 마약류를 접할 수 있었다. ‘1시간 안에 던져준다’는 글도 다수 보였다. 이를 보여주듯이 콜라마약, 캔커피 마약 같은 것도 적발됐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노래방에서 콜라와 함께 마약을 투약하고, 회사 주차장에서 캔커피에 마약을 타서 투약하는 등 울산에서 마약사범 5명이 잇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단독 이성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트남 국적의 20대 선원에게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 다른 20대와 30대 선원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20대 베트남인에게 48만원, 20·30대 베트남인 2명에게 각 2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경북 경주시의 한 노래방에서 직원에게 40만원을 주고 엑스터시 3알과 케타민 1봉지를 구입했다. 그러곤 콜라, 물과 엑스터시를 함께 먹는 방법으로 투약했다. 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던 노래방 도우미와 베트남 지폐를 빨대처럼 말아 코로 흡입하는 방식으로 케타민까지 투약했다.
앞서 같은 해 1월, 이들 중 20대 베트남인은 울산 남구의 한 노래방에서 직원에게 마약 구입을 부탁해 엑스터시를 구입해 먹었다. 지방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마약류가 쉽게 구매해질 만큼 서민 속에 파고든 셈이다. 본래 엑스터시는 각성제, 케타민은 억제제로 쓰인다. 엑스터시는 다른 마약보다 가격이 싸면서 환각작용은 메스암페타민 일명 ‘필로폰’보다 3배 강하다. 케타민은 부분적인 해리성 마취를 일으키는데, 꿈이 선명해 보이는 환시 등을 보게 된다.
앞서 지난 달 초 울산지법 형사5단독 한윤옥 판사는 또다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회사원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 회사원은 2021년 8월 울산의 한 회사 기숙사 주차장에서 필로폰을 캔커피에 탄 뒤 마시는 방법으로 투약했다. 도심 한 골목에서 담배 속을 비운 뒤 대마로 채워 공공연하게 피워댔다.
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50대에겐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과 약물중독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했다. 노동일을 하는 그는 지난해 4월 울산에 있는 한 회사에서 직장 동료에게 마약 구입을 부탁을 받은 뒤, 부산의 한 은행 앞에서 필로폰을 구매하도록 중개했다. 중개 대가로 받은 필로폰은 생수로 희석해 주사기로 자신의 팔에 주사해 적발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마약사범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해 동기(1964명) 보다도 32.4% 늘어난 2600명으로 집계됐다. 10·20대 마약사범은 증가세다. 전체 마약 사범 중 10·20대 비중은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5년 만에 2.4배로 늘었다. 특히 10대 마약 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작년 481명으로 4배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