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인도로 돌진한 만취 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배승아(9) 양의 발인식과 유골함 봉안식이 11일 눈물 속에 엄수됐다.
혼자 두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위로해주던 애교 많던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엄마는 눈물로 사랑스러운 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낮 만취 운전으로 승아 양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가 당초 진술과 달리 실제로 소주 1병 이상을 마신 것으로 드러나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는 지인들과 소주와 맥주를 섞어 13병이나 마셨다고 한다. 60대 고령에 만취 상태로 운전한 터라 사고는 예견된 일이었던 것이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고 당시 A씨(66)가 술자리에서 소주를 약 1병 이상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초 A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8일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소주 반병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당일 낮 12시 30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의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전직 공무원 등 9명이 소주와 맥주를 합쳐 무려 13병 가량을 나눠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2명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또 추가 조사를 통해 이들에게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적용되려면 음주운전한 사람과 동승한 뒤 바꿔치기하거나 지휘감독 관계에 있어야 한다. 이에 경찰은 A씨와 술을 마신 지인들에게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승아 양의 발인식과 유골함 봉안식이 엄수됐다.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배 양 어머니는 상실감이 깃든 표정으로 힘없이 인형만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딸이 생전에 갖고 놀던 인형에 딸의 온기가 혹시라도 남아있을까, 딸의 작은 흔적이라도 맡아볼 수 있을까 엄마는 무릎을 웅크린 채 인형에 얼굴을 파묻었다.
배 양의 엄마는 몇 마디 따라 부르려다가 노래를 잇지 못하고 그저 눈을 꾹 감아버리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예배가 끝나고 활짝 웃고 있는 여동생의 영정 사진을 든 배 양의 오빠가 허탈한 표정으로 발인식장을 향했다.
발인식장 가는 길에도 어머니는 인형을 팔에 안은 채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내내 눈물을 흘렸다.
영정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딸을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는 듯 간절한 어머니의 손길은 애꿎은 관만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배 양의 시신을 실은 관이 운구 차량을 향해 이동할 때도 배 양 어머니는 끝까지 관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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