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은 ‘태풍급 강풍’을 타고 해안가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크나큰 피해를 남겼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산불은 발생 지점에서 2㎞가량 떨어진 해안가로 번진 데 이어 북쪽으로도 번졌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후까지 축구장 면적(0.714㏊) 144배에 이르는 산림 약 103㏊(약 51만4250㎥)가 탄 것으로 추정한다. 당국은 불이 난 산림에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가 많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시설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 주택 40채, 펜션 28채가 전소 또는 부분 소실됐고 호텔 3곳도 피해를 입어 총 71채에 달했다.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을 소장한 박물관 옆에 불이 옮겨붙기도 했다. 차량 1대도 전소됐다. 상황 조사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면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 피해도 잇따랐다. 도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소실되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작은 정자인 상영정(觴詠亭)이 전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민속문화재인 선교장 등 일부 문화재도 소실 위험에 놓이면서 당국은 문화재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강릉 경포대의 현판 7개를 떼어내 인근 오죽헌박물관으로 옮겼다.
다행히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 지점 인근 주민은 모두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포동과 산대월리·산포리 일대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오후 2시 기준 총 대피 인원은 아이스아레나에 420명, 사천중학교 30명 등 450명이다. 인근 리조트와 호텔 등에 투숙했던 708명도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포대초등학교 학생들은 화재 발생지와 거리가 먼 초당초등학교로 에듀버스를 이용해 대피한 뒤 귀가했고, 사천중학교도 단축수업을 했다. 강릉과 속초, 고성 3개 지역에서 15개 학교가 휴업 또는 단축수업을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소방 방화선을 철저히 구축해 민가 피해를 방지하고, 확산 우려 지역의 주민들은 사전 대피하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고 대응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 발령으로 진화 지휘권을 이양받은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모든 인력과 장비를 남쪽과 동쪽 방화선에 집중해 더 확대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우선 확산 방지를 목표로 강풍이 잦아드는 대로 주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도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4일 강원 울진군·삼척시에서 발생한 큰 산불은 같은 달 13일에야 완전히 꺼졌다. 당시 산불로 산림 2만923㏊(울진 1만8463㏊, 삼척 2460㏊)가 불에 탔다. 또 주택 330곳, 농업 시설 203곳, 공공시설 57곳 등이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