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한 올, 열정 한 올… 손끝에서 예술이 피었네 [밀착취재]

전통 명맥 잇는 김해 ‘다홍가야매듭’ 공방

경남 김해시 진례면의 작고 조용한 동네에 ‘다홍가야매듭’이라고 적힌 공방이 있다. 공방 안에는 작은 핀에서부터 큰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매듭공예품이 빼곡했다. 이곳은 홍서현(65) 명장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곳이자 전수자들을 교육하는 장소다. 홍 명장은 2021년 김해시 최고 명장에 선정됐다. 홍 명장이 매듭장으로서 오랜 시간 전통을 지켜온 것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홍서현 매듭장이 가지런히 걸려 있는 형형색색 고운 ‘끈목’을 고르고 있다.

다홍가야매듭에 들어서자 가지런히 걸려 있는 고운 색의 끈목(매듭을 하기 위해 여러 올의 실로 짠 끈)이 눈에 들어왔다. 단면을 둥글게 짠 것이라고 해서 원다회(圓多繪)라고도 하지만, 대개 둥근 끈목, 끈목이라 불린다. 그냥 걸어두기만 하면 끈목에 지나지 않지만, 매듭을 지으면 색상과 형태에 따라 아름다운 모양으로 되살아난다. 끈목은 굵기에 따라 세세사(細細絲), 세사, 중세사, 중사, 중중사(中中絲)로 나뉜다. 세세사는 휴대전화 고리 같은 작은 작품을 만드는 데 쓰이고, 중중사는 큰 작품을 만들 때 사용된다.

홍 명장은 1979년, 정식으로 전통매듭을 배우기 시작했다. “제 첫 번째 매듭 스승은 김영숙 선생님입니다. 부산 국제시장에 선생님의 작업실이 있었죠. 도래매듭, 매화매듭, 국화매듭…. 매듭의 기초와 기본을 그분께 전수받았습니다. 훗날 임미숙 선생님을 만나 매듭공예 자격증도 땄고요. 2003년에는 한민족 전통매듭 서울 본협회 김해지부로 본격적인 공방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매듭을 배운 후로 하루도 손에서 놓지를 않았습니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매듭 노리개가 걸려 있다.
다홍가야매듭 공방 화병에 매듭으로 만든 꽃이 꽂혀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명장의 숙련된 전통매듭기술과 현대공예를 접목한 매듭을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 전국에서 300명 이상의 제자들이 찾아와 매듭공예를 배워갔다.

2년간 전통매듭 전수를 받고 있는 심연우(31) 전수자는 말한다. “매일 선생님을 찾아 실을 엮고 있습니다. 매듭이란 게 본 매듭에 응용 매듭까지 하면 종류가 몇백 가지나 되는데 하루에 몇 개씩 반복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또 한 올씩 엮다 보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정신도 집중할 수 있어요.”

홍서현 매듭장이 매듭으로 거북이 모양을 만들고 있다.
조달청 문화장터 상품으로 외국 대사관들의 방한을 기념하기 위한 무궁화 브로치.

명장은 매듭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재능기부 활동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굵은 실을 사용해 공기놀이용 공기나 줄넘기를 만드는 전통매듭공예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창원상남중학교와 마산여자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 교사로 참여해 매듭 강의도 한다.

44년간 실을 손에서 놓지 않은 홍서현 명장이 손바닥을 들어보이고 있다.
매듭으로 만든 컵 받침

44년간 실을 손에서 놓지 않은 홍 명장의 손가락은 지문이 없을 정도로 닳아 있다. 지난해엔 사고로 손가락 신경이 끊어져 수술도 받았다. 홍 명장은 그래도 건강이 따라줄 때까지는 실을 손에서 놓지 않을 계획이다. “살아 있는 한 계속해서 김해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작품,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홍 명장은 말했다.

전통매듭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노리개 같은 장신구를 먼저 떠올리지만 100여년 전만 해도 매듭은 우리 생활 곳곳에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매 순간을 함께했다. 최근엔 화려한 액세서리와 장신구에 밀려 매듭은 전통 공예품으로 남게 되었지만, 적어도 이들에게는 아직도 계속되는 가족들 삶의 모습이요, 우리 전통 그대로의 역사이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