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건 대 40건’.
입시기관 종로학원이 2020∼2022년 3년간 서울 320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2112건의 학교폭력 심의를 자치구별로 비교한 결과입니다. 이 기간 223건의 학교폭력을 심의한 노원구가 25개 자치구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40건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 개최에 그친 광진구는 가장 적었습니다.
고교 학폭 심의와 관련해 상위에 오른 자치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에 따르면 △남녀공학 및 특성화고 비율이 높은 곳 △자치구 내 교육 격차가 존재하는 곳 △학부모 교육열이 높은 곳에서 학폭 심의가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지난해 열린 서울 고교 학폭 심의(622건)를 학교유형별로 살펴보면 남녀공학이 70.1%, 남고 21.1%, 여고 8.8%였습니다. 최근 3년간 상위 20위에 오른 고교 대부분이 남녀공학이었다고 합니다. 남녀공학의 경우 신체·언어·사이버폭력 등은 물론 성폭력 등 이성 간 발생할 수 있는 사안도 상당하다는 게 이 대표 설명입니다.
최근 3년간 2112건의 학폭 심의로 총 4206건의 1호(서면사과)∼9호(퇴학) 처분이 내려졌는데 전체 처벌 건수로는 일반고(59.0%), 특성화·마이스터고(34.9%), 특수목적·자율형사립고(6.1%)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당 처분 건수는 특성화고가 압도적입니다. 일반고(211개교) 1곳당 처분 건수는 11.8건, 특목·자사고(35개교)는 7.3건인 반면 특성화·마이스터고(74개교)는 19.8건에 달했습니다.
학부모의 교육열도 학폭 심의 및 처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특목·자사고의 높은 중대 처분율이 이를 방증합니다. 고교 유형별로 최근 3년간 학폭 심의에서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4호(사회봉사) 이상의 중대처분율을 살펴보면 특목·자사고가 38.1%로, 일반고(36.6%)보다 1.5%포인트 높습니다. 일반고 중에서 강남구 H고나 서초구 S고 등 대입 성적이 좋은 학교도 학폭 심의가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 있는 고교에서 중대 학폭 사건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 대표는 “학폭 심의 건수나 처분 수위가 높은 지역·학교는 교육 및 입시에 대한 학부모 관심과 열의가 높아 학폭 사안이 터질 경우 가해자나 피해자 측 모두 적극적 자세를 취하는 편”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서 2018년 학폭위에서 강제전학 처분을 받자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으로 1년여 시간을 끈 정순신 변호사가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정부가 최근 학생부 학폭 조치 기록의 보존 기간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이를 정시모집에도 반영하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있지만 유력층의 관련 소송이 더 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이번 대책이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라는 법 취지와 맞지 않고 일부에게만 경각심을 갖게 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을 감안해 교육 당국이 이번에는 정책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