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매일 약 한 움큼 삼키며 버텨”

정부에 의료지원 연장 호소

뇌혈관 손상에 우울증·공황까지
딸 떠나보낸 후 건강 ‘악화일로’
“피해자 과반이 여전히 치료 중”
2024년 4월 정부 치료비 수급 끊겨
‘무기한 지원’ 개정안 국회 계류

“심장 기능이 50%도 안 된대요, 가슴을 너무 쳐서 상처가 났대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보존된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노란색 추모 리본이 묶여 있다. 연합뉴스

2014년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참사로 딸 김소정양을 떠나보낸 김정희(53)씨는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건강도 잃었다. 참사가 터진 그날,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향하던 김씨는 난생 처음 하혈을 했다. 갑작스러운 큰 충격 탓이다. 이후 김씨 건강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5년에는 집회를 하다가 뇌혈관이 터져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우울증이 심해졌고, 2016년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건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졌다. 혈압이 높아지며 당뇨가 찾아왔고, 2020년부터는 신장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심장도 안 좋아졌는데, 그의 심장은 38% 수준의 기능만을 수행하며 근근이 뜀박질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참사가 어느덧 9주기를 맞는다. 지난 9년 피해자들이 견뎌온 시간은 그들 몸에 그대로 기록됐다. 내년 4월 세월호참사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의료지원금이 종료되는 가운데,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정부가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기간은 2024년 4월15일까지다. 2016년 3월28일 종료 예정이었다가 한 차례 개정을 통해 2024년까지로 늘어났지만, 피해자들이 치료되기에는 부족한 기간이었다.

세월호 희생자 유미지양 아버지 유해종(62)씨는 3년 전부터 매일 고지혈증, 골다공증, 고혈압, 지방간 약을 한 움큼씩 삼킨다. 그는 “자식을 잃고 해마다 몸이 안 좋아졌다”면서 “세월호참사 유가족 중 약을 안 먹는 부모가 없다”고 했다. 권순범군 어머니 최지영(59)씨도 “자궁, 쓸개, 암까지 엄마들이 몸속에 기능을 하나씩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 또한 참사 이후 온몸에 건선과 대상포진이 번졌다. 단식 투쟁과 노숙을 반복하며 허리도 망가졌다. 최씨는 “자식한테 미안해서 병원에 못 가고, 진실을 밝혀야 하니까 투쟁하느라 못 가다가 이제야 병원에 다니며 병을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며 “내년에 지원을 끊는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냐”고 물었다.

 

9주기 앞두고 추모 물결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를 찾은 추모객이 방파제에 달린 노란 리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2021년 말 발간된 ‘대한민국 재난 충격 회복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참사 피해자 과반이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과 채정호 교수는 “트라우마는 시간이 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참사 초기보다 5년 이후에 더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미국의 9·11사태는 20년이 훨씬 넘었는데 ‘생존자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다 지원한다’는 원칙으로 지금도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피해자 의료비 지원에 기한을 두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세월호피해자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국무조정실 세월호지원단 관계자는 “의료지원금 연장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