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의 없이 중구난방 의견 개진 그친 선거제 개편 전원위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나흘간의 회의를 마치고 어제 막을 내렸다. 2003년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20년 만에 열린 전원위에서 100명의 여야 의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다시 돌아가는 등 빈손에 그쳤다. 전원위에는 정개특위에서 마련한 세 가지 개편안이 올라왔지만, 비례대표 수 조정에 대해서는 여야 간 입장 차가 드러났고, 중대선거구 도입에 대해서는 같은 당내에서도 견해가 갈렸다. 정개특위 안을 쪼개 만든 수십 가지 조합이 난무하며 합의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어제도 여야 의원 20명이 나서 선거구제 개편 및 의원 정수 확대·축소, 비례대표 폐지·존치 등을 주제로 제각기 의견을 개진했으나 중구난방에 그쳤다. 나흘 내내 논의가 겉돌다 보니 어제는 급기야 전원위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전원위는 실패했다.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것 없는 말잔치로 끝나고 있다”고 자성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그제 페이스북에 “각 의원들의 개인 의견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왔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20년 전 찬반을 논했던 이라크전 파병 문제와 달리 정당·지역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선거제의 합의안 마련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또 전원위 회의 자체가 의석과 떨어진 단상에서 발표하는 방식이다 보니, 토론은 없이 릴레이 발언에 머물렀다. 의원들은 사전 준비한 원고를 낭독하는 것에 그쳤다. 선거제 개혁보다는 지역구·비례 등 각자 상황에 따라 공천 유불리만 따져 의견을 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원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간이 갈수록 참석률도 떨어졌다. 전원위 회의장은 회의가 끝날 때 쯤에는 3분의 2 이상이 비어 있었다. 과거 여야 지도부 간 밀실·졸속 협의로 진행되던 선거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한 점은 의의가 있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향후 선거제 개혁 논의는 정개특위가 다시 이어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원점 회귀’다. 말로는 정치 개혁과 선거제 개편이 중요하다면서 20년 만의 큰 무대를 만들어놓고, 국민 보기에 낯부끄럽게 됐다. 국회의원들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고양이에 생선 맡기기’라는 비판도 있다. 선거제 개편 문제를 국회의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외부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