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와 서울 중랑구의 아파트 단지와 주거 밀집 지역에서 버젓이 대마를 재배해 유통시켜온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형 텐트와 동결 건조기, 유압기 등을 구비한 전문 생산 공장을 차려 놓고 대마를 재배했다.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이어 아파트 대마 재배 공장이 또 적발된 것이다. 초범인 범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마 재배와 액상 대마 제조법을 배웠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마약의 일상화가 이 정도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마약 범죄 확산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자리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마약사범 실형 선고 비율은 2020년 53.7%, 2021년 50.6%, 2022년 48.1%로 최근 3년간 감소 추세다. 반면 같은 시기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36.3%, 38.1%, 39.8% 증가 일로다. 법원은 지난 6일 대마를 매수해 유통한 전직 경찰청장 아들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얼마 전 다량의 마약을 소지하고 14차례나 투약한 작곡가 돈스파이크도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다른 마약사범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법 적용이 이렇게 물렁한데 누가 마약에 손대는 것을 무서워할까 싶다.
그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마약 범죄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서 강력부를 분리해 ‘마약강력부’를 신설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마약 문제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그냥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동물용 진정·마취제 자일라진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겪는 미국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마약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마약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검찰의 남다른 각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3년간 서울시 마약사범은 연평균 약 4200명에 달한다. 마약 범죄의 평균 암수율(28.57배)을 적용하면 서울시에는 약 13만명의 마약사범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서울시도 어제 마약 예방부터 단속, 치료, 재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마약 관리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대책은 전국 최초로 마약 중독 치료·재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필두로 교육·예방과 단속·홍보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자치단체의 마약 범죄 예방 롤모델 구축으로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청소년까지 위협하는 마약 범죄를 차단하고 재범률을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