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나흘간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에 나선 국회의원 100명 중 32명이 비례대표 확대 찬성 의사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 의사를 밝힌 건 14명이었다. 선거구제의 경우 중대선거구제 선호 의사를 내놓은 의원이 29명으로 소선구제 26명보다 다소 많았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을 위해 20년 만에 열린 이번 전원위는 13일 의원 20명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세계일보는 이들을 포함한 전원위 참석 의원 100명의 발언을 직접 분석해 △선호 선거구제 △비례대표 확대 찬반 △의원정수 관련 의견을 확인했다. 각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집계했다.
의원 100명 중 55명이 중대선거구제든, 소선구제든 명확한 입장을 내놨지만 나머지 45명은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의원이 과반 가까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구제에 대해 딱 떨어지는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중대선거구제 선호 의견을 내놓은 의원들 내에서도 한 지역구 내 당선 인원에 따라 중선거구냐, 대선거구냐로 갈라진 모습이었다. 전원위 1일차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대선거구제 선호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선거구를 키워서 큰 정치인을 길러달라”고 말했다. 당선 인원뿐 아니라 중대선거구제를 수도권 대도시에만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의견도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 중심으로 많이 나왔다.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도입하면서 제도를 조금 보완하면 농어촌 지역 대표성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속 당별로 보면 국민의힘에선 중대선거구제 선호가, 민주당은 소선거구제가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전원위 발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38명 중 중대선거구제 선호를 밝힌 인원은 15명(39.5%)으로 소선구제 7명(18.4%)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반면 민주당은 참여 의원 53명 중 소선구제 선호가 16명(30.2%)으로 근소한 차지만 중대선거구제(12명·22.6%)보다 많았다.
양당 의견은 비례대표 확대 여부에서 보다 확연한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확대에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이 12명(31.6%)인 반면 찬성은 2명(5.3%)에 그쳤다. 국민의힘에는 단순히 비례대표 확대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김승수 의원은 “비례대표제 전면 폐지나 대폭 축소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도 “비례대표제는 폐지하는 대신 각 광역시도에 동일한 상원의원 의석을 배정해 양원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반대로 민주당에선 비례대표 확대에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이 2명(3.8%)뿐이었고, 찬성 의견이 23명(43.4%)이었다. 사실상 구체적 언급을 한 경우에 한해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을 한 것이다. 실제 고영인 의원은 “현재 47석에 불과한 비례 의석을 최소한 20∼30석 정도는 늘려야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구체적인 확대 폭도 제안했다. 다만 반대 의견을 밝힌 두 명 중 한 명인 조응천 의원은 “현행 비례대표 제도는 정치적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반영하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양대 진영의 전사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했다.
비례대표 확대의 경우 의원 지역구가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에 따라서도 경향성에 차이가 보였다. 전원위에 참여한 수도권 의원 29명 중 비례대표 확대에 찬성한 의원은 13명(44.8%)으로 반대 3명(10.3%)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참여 의원 50명 중 찬성이 11명(22%), 반대 10명(20%)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선거구제의 경우 수도권·비수도권 지역구에 따른 차이 없이 중대선거구제·소선구제 선호가 비등한 모습이었다. 수도권 의원 중 중대선거구제 선호는 10명(34.5%), 소선구제는 9명(31%)이었다. 비수도권 또한 중대선거구제 선호가 16명(32%), 소선구제는 14명(28%)으로 격차가 비교적 크지 않았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자연스레 비례대표제 확대에 찬성 의견을 밝힌 인원이 훨씬 많았다. 전원위 참여 비례 의원 21명 중 확대 찬성이 8명(38.1%)이었고,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대개 비례대표 의원은 비례대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강조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비례대표제는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층·직능·세대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가 됐고 청년과 여성·장애인과 같은 이른바 정치적·사회적 약자들이 국회에 등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전원위 결의안에 정식으로 포함되지 않았지만 나흘간 토론에서 의원정수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 이어졌다. 전원위 개회 직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의원정수 30석 축소 주장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의원 100명 중 축소 의견을 낸 의원은 11명 수준이었고, 동결 24명, 확대는 7명에 그쳤다. 실제 의원정수 축소 의견은 대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주로 개진됐다. 국민의힘 의원 28명 중에서 축소 의견은 10명(35.7%)이었고, 동결은 6명(15.8%), 확대는 0명이었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다소라도 완화시킬 수 있다면 (의원정수 축소) 결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 53명 중 축소 의견은 1명(1.9%)에 그쳤다. 가장 많은 건 동결 의견으로 17명(32.1%), 확대는 4명(7.5%)이었다. 동결 의견을 밝힌 대개 의원들은 표와 의석 간 불비례성 해소라는 명분 차원에서는 의원정수 확대가 맞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정치불신을 고려하면 현상태 유지가 현실적이라는 입장이었다. 민주당 이장섭 의원은 “의원정수 확대가 민심에 부합하는 방향임을 국민께 납득시켜 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