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7일부터 학대 위기 아동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국가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의료기관을 최근 1년간 찾지 않은 만 2세 아동을 전수 조사한다. 미흡한 보호대상 아동 후견인 체계를 개선하고, 국가 중심 입양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보는 등 아동 정책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력과 예산을 비롯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7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아동정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아동정책조정위원회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고 처음 열렸다.
입양 기관 중심인 아동 입양 체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보호대상 아동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6년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아동 매매 방지와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헤이그 국제 아동 입양 협약’ 비준도 추진한다. 다만 이는 모두 법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2013년 이 협약에 가입 전 단계인 ‘서명’을 했지만 관련 법안이 미비해 비준받지 못했다. 협약에는 현재 108개국이 가입했다.
보호대상 아동의 후견인 제도도 개선한다. 미성년자가 계좌를 만들거나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등 기본적인 일에도 법정대리인이 필요한데, 부모가 사망하거나 연락이 끊겨 법정대리인이 없는 보호대상 아동이 약 12%에 달한다. 후견인 선임 절차도 까다로워 이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위탁 부모가 일부 친권을 행사할 수 있게 제한적인 법정대리권을 부여키로 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공공후견인을 육성해 시·군·구청장이 법원에 후견인 선임을 신청하는 공공후견인 제도도 하반기에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의미 있는 정책들이 담겼는데 시행 방안이 미흡한 건 아쉽다”며 “인력과 예산 등을 얼마나 확보해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비슷한 정책이 반복되는 건 현장에서 실행이 안 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부가 전 정부와 다른 점을 보이려면 ‘계획’만이 아니라 ‘실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