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여당 지지율 동반 추락… 국정운영 재정비하라

尹, 한국갤럽 조사서 27% 기록
도·감청 부실 대응이 주된 이유
김기현 체제도 바람 잘 날 없어
윤석열 대통령.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7%로 나타났다. 갤럽 조사 기준으로 최근 5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추락한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9월 ‘비속어 논란’으로 24%를 기록한 뒤 한동안 20%대에 머물다 작년 말부터 지난주까지 30%대를 유지해왔다. 이번에 부정평가는 65%를 기록했다. 특히 70대를 제외한 거의 전 연령대와 보수 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높았고, 중도층 지지율은 18%에 그쳤다. 총체적으로 여권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외교’를 꼽은 답변이 28%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경제·민생·물가’(10%),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9%)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교는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과 우리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을 일컫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도·감청이 사실이라고 인정했으나, 우리 대통령실은 미국의 감청이 아닌 것처럼 강변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없다” “(미국에 입장을 전달)할 게 없다. 누군가 위조한 것이니까”라고까지 했다. 윤정부는 강제동원 해법을 모색하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미숙함과 조급함을 드러냈다. 서둘러 조치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다.



지난해 나랏빚은 1000조원을 돌파했고, 경제불황 여파로 세수 부족 우려도 커졌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책 혼선까지 불거졌다. 주 69시간 개편안, 저출산 대책 등이 설익은 채로 노출됐다. 이런 경제·민생 난맥도 지지율 추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1%, 더불어민주당은 36%로 나타났다. 3·8 전당대회 직전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10%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여 지났지만, 바람 잘 날이 없다. 김재원·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의 잇단 설화로 휘청거리더니 김 대표는 그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와 관련해 자신을 공개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국민의힘은 어느 순간부터 쓴소리하는 사람을 용납 못 하는 불통의 당으로 변했다. 또 중도층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집토끼 잡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 같은 독선과 무비전은 지도부 구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주요 당직 모두를 친윤계가 휩쓸면서 당 내부의 견제·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다. 정당의 기본은 다양성인데, 다양성이 확보 안 되니 비전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당내 쓴소리조차 용납하지 못하는데 야당 설득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금 윤정부와 국민의힘은 위기다. 4·5 재보선 결과 이미 텃밭인 울산에서 교육감과 기초의원을 민주당에 내주는 등 경고등이 켜졌다. 시급히 국정운영을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민심 이반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