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뒤흔들어놓은 미국 정부 기밀 문건 유출 사건은 ‘군 내부자’ 소행인 것으로 13일(현지시간) 드러났다. 특히 미 공군 예비군 격인 매사추세츠 주방위군에 소속된 하급 병사가 최고 등급 기밀에 접근해 온라인에 유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군사 최강대국 미국의 기밀 관리 시스템이 허술한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된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21)는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미 정부의 주요 기밀 문건 여러 장을 사진 파일 형태로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2019년 9월 매사추세츠 주방위군에 입대해 사이버 전송 전문가로 군사 통신망 관리를 담당했다. 그는 고향인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주방위군에 들어가 102 정보비행단에서 근무했다.
FBI 요원들이 이날 소총을 든 중무장 상태로 매사추세츠 노스다이턴에 있는 테세이라의 자택을 급습하는 장면은 방송 생중계에 고스란히 잡혔다. 테세이라는 국방색 반소매 셔츠에 빨간색 반바지를 입고, 양손을 깍지 낀 상태로 머리에 올린 뒤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FBI 요원들 쪽으로 향했다. 요원들은 테세이라에게 가까워지자 수갑을 채웠다.
테세이라는 향후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수십 년의 중형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간첩법이 적용되면 유출 기밀문건 1개당 최대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테세이라가 미국 형사법의 특징 중 하나인 유죄협상 제도를 활용해 검찰에 유죄를 인정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형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NYT)는 법무부 관리를 인용해 테세이라가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 절차를 밟게 된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와 정보 당국은 기밀 정보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외신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테세이라가 어떻게 고급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까지 공개된 60건의 문건 대부분은 미 중앙정보국(CIA) 작전 센터와 미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테세이라가 어떻게 이런 정보에 접근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번 사건으로 1급 비밀(TOP SECRET)로 분류된 기밀문건에 접근 가능한 사람이 많은 것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1급 비밀 취급권한을 지닌 인사는 미 국방부와 여러 정보기관이 제공하는 일일 브리핑과 각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광범위한 정보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번 기밀문건 유출 파문 후 미군 당국이 군의 1급 비밀에 대한 일일 정보 브리핑을 받는 정부 당국자 수를 제한하기 시작하는 등 1급 비밀에 대한 접근권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유출된 문건이 출력된 자료를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밀 문건을 출력하는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국방부 전 고위 당국자는 “일부 고위급은 좀 더 기민하게 대처하고 여백에 메모하길 원하기 때문에 종이 서류를 원한다”면서 이번 파문으로 인쇄를 차단하고 태블릿을 통한 정보 제공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워싱턴 국가 안보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준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충분히 알고 있으면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보를 퍼뜨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정보에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