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에 빛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더 높은 꿈을 향한 첫발을 뗐다. 새로운 사령탑을 맞은 대표팀은 1960년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4강에 도전한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은 3골을 먹으면 4골을 넣는 화끈한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본격적인 선수 파악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토트넘)은 물론 정신적으로 흔들렸던 세리에A 김민재(나폴리) 등을 만나 상담한 뒤 본격적인 자기 색깔 입히기에 나선다.
◆클린스만 감독은 누구
1981년 프로에 데뷔한 클린스만 감독은 전차군단 독일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다. 서독과 독일 국가대표로 A매치 108경기에 나서 47골을 넣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상대로 2골을 넣은 장면은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클린스만호 첫 경기 어땠나
클린스만 감독은 첫 대표팀을 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들을 이끌고 지난달 24일 콜롬비아와 첫 경기를 치렀고 28일에는 우루과이를 상대했다. 결과는 1무1패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콜롬비아와 우루과이가 정예멤버로 나서지 않은 데다가 홈에서 치른 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확실히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달라졌고 경기 내용은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투 전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통한 안정적인 축구를 펼쳤다. 짧은 패스를 앞세워 한발 한발 전진하는 전술이었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를 했다. 긴 패스를 활용해 상대를 압박했다. 벤투 전 감독이 시스템에 선수들이 적응하도록 만들었다면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 개인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에게 ‘프리롤’을 부여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면서 수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 게 대표적인 예다. 프리롤을 얻은 손흥민은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이름값을 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은 체력이다. 공격 성공률이 낮은 긴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만큼 공수 전환이 잦고 빨라져 활동량이 늘었고, 결국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도 커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체력훈련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또 공격이 중심이 되다 보니 수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손흥민 활용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 효과적인 공격을 펼쳤다”며 “벤투 전 감독의 자동화와 조직화를 통해 안정성이 확보된 대표팀에 우리가 갈증을 느꼈던 전방에서 파괴력을 더해준다면 한층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클린스만호 성적표 어떨까
클린스만 감독은 최종 목표로 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을 내걸었다. 높아 보이는 목표지만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지난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16강에 만족한 듯 경기에 임했다. 프로야구 한화가 1점을 내면 팬들이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는 것처럼 브라질에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1골을 넣고 대표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대표팀에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남부럽지 않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곳곳에 포진된 만큼 목표를 더 높게 잡아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를 알고 있는 듯 월드컵에서 16강 그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는 월드컵 성적을 잣대로 이뤄진다. 실제 전임감독제가 도입된 이후 대표팀을 이끈 지도자 가운데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사령탑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지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27승5무7패로 69%의 승률을 자랑하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반대로 역대 최고 감독으로 꼽히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14승13무12패를 거뒀다. 승률은 35%로 역대 감독 중 홍명보·신태용 전 감독에 이어 3번째로 낮지만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내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클린스만 감독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대표팀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