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G7 국가들과 연쇄 외교장관회담… 키워드는 ‘인도태평양’

박진 외교부 장관이 14, 15일 서울에서 프랑스, 캐나다, 독일 외교장관을 만났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 아날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은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16일부터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일정에 참석 중이다.

 

외교장관들은 한국과 인도태평양 전략 협의,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해 논의했다. 캐나다와는 방산협력에 필수적인 비밀정보보호협정도 개시했다. 공통 키워드는 ‘인태전략’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4, 15일 서울에서 프랑스, 캐나다 독일 외교장관을 잇따라 만나 회담했다. 이들은 16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전 한국에 들러 박 장관을 만났다. 왼쪽부터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 아날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과 만난 박 장관. 박 장관은 각 국가의 국기에 포함된 대표 색깔에 맞춰 파랑(프랑스), 빨강(캐나다), 노랑(독일) 넥타이를 맸다. 외교부 제공.

◆4월 한·중·일 모두 방문한 佛 외교장관

 

박 장관은 14일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제4차 한·프랑스 전략대화를 개최했다. 콜로나 외교장관은 G7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일본을 들르는 길 먼저 한국을 들렀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바 있다. 프랑스 외교장관이 연이어 한·중·일에 방문하며 인태지역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전략대화에서도 박 장관과 콜로나 장관은 인태지역에서의 양국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두 장관은 공동 언론 발표문에서 “자유·민주주의·법치·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태평양도서국 지원, 해양안보 등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가 많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이외에도 북한의 지난 13일 고체연료 추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 발사를 논의했다.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양 장관은 북한 해외 노동자 본국 송환을 포함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회원국들이 철저히 이행해 북한의 불법 자금 조달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확인했다.

 

전략대화에서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 기술 경쟁력 증진을 위한 협력 강화와 함께 원자력·우주·정보기술(IT) 등 미래전략산업 분야에서 민관 공동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데도 두 장관이 의견을 같이 했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도 의제로 올랐다.

 

◆한·캐, 비밀정보보호협정 협상 개시

 

15일 오전에는 박 장관과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이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수교 60주년을 맞아 외교장관회담을 열었다. 졸리 외교장관의 방한은 지난 10월 이후 약 6개월만으로, 두 장관은 특히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장관은 회담 뒤 은평구 진관사에서 사찰음식으로 오찬도 함께 했다.

 

한국과 캐나다는 회담에서 양국간 비밀정보보호협정이 개시된다고 밝혔다. 비밀정보보호협정은 상대국과 교환되는 군사 및 방산 비밀정보를 자국과 동일한수준으로 보호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협정이 체결되면 비밀정보 교환이 수반되는 정부 조달 사업 입찰에 양국 민간 업체가 참여할 수 있다. 양국이 1999년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이 있지만, 지소미아 상의 비밀정보 교환 주체는 양국 정부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별도 협정을 맺어 방산협력에 필수적인 민간 계약자까지 정보교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세계적 광물 생산국인 캐나다와의 핵심광물 협력 중요성도 강조했다. 핵심광물은 배터리,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핵심 품목의 필수소재다. 두 장관은 또 지난해 9월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캐나다 2+2 고위급 경제안보대화를 적극적 실무협의를 통해 내실 있게 준비하기로 했다.

 

지난해 연이어 인태전략을 발표한 양국은 이에 대해서도 북태평양 지역의 규칙 기반 질서 수호를 위한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자는데 합의했다. 캐나다는 또 대북 제재 공조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특히 북한의 인권 실상을 더 알리기 위한 한국 정부 노력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獨, “韓, 러시아 우크라 침략에 분명한 입장”

 

15일 열린 박 장관과 배어복 외교장관의 제3차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문제, 인도태평양에서의 전략적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됐다.

 

배어복 외교장관은 특히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취한 분명한 입장을 다시 높이 평가하고 싶다”며 “한국은 러시아의 침략을 강력히 비판했을 뿐 아니라 제재에 참여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대가를 감수했다. 우리는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친구는 어려운 순간에 알게 된다. 우리 유럽에 이번 전쟁은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국가로서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사적 지원 등을 통해 깊이 개입하고 있다.

 

박 장관도 “양측은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경제적 상황이 악화하는 데 우려를 표명했고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관련 외교적, 경제적 조치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과 관련한 질문에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 연립정부에서 녹색당을 대표하는 배어복 장관은 중국에 대해 “글로벌 파트너로서 매우 중요한 국가”라면서도 “체제 라이벌”이라고 언급했고, 인태지역과 관련해서는 “21세기 국제질서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좀 더 중점을 둔 지역이며 이 (인태)전략을 좀 더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방한 일정을 시작한 그는 “독일이 항상 여러분 편에 있으며 북한의 공격적 태도와 지속적 국제법 위반을 우리는 좌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