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바다낚시용 드론까지 등장… “기술도 대회도 진화” [제6회 세계드론낚시대회]

태안 만대항 일대 ‘축제의 장’

단골 참가자 ‘탑피싱’ 오준석씨
3D 프린터로 제작한 드론 띄워
물고기 많은 포인트 집중 공략

오전 봄비에도 참가자들 열기
관광객·지역 주민들 “신기해요”

“드론으로 낚시하면 물고기가 더 잘 잽힌대유?”

15일 제6회 세계드론낚시대회가 열린 충남 태안 만대항에 자신을 82세라고만 소개한 한 할머니가 다가와 물었다. 드론을 아시느냐고 되묻자 왜 모르겠냐는 눈빛으로 “면장님이 벼에 약 줄 때 쓰는 거 아니여. 나도 다 봤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드론이 우리 일상에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제6회 세계드론낚시대회 참가자들이 15일 충남 태안군 만대항에서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드론을 이용해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드론 운영과 낚시 기술이 모두 필요한 드론 낚시는 새로운 레저활동으로 인기상승 중이다. 태안=최상수 기자

4차 산업의 총아로 꼽히는 드론을 대표 레저인 낚시와 결합하면 어떤 즐거움이 탄생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세계드론낚시대회가 어느덧 6회째를 맞았다. 2018년 첫 대회를 개최한 이후 세계드론낚시대회는 해외에서도 참가를 신청할 만큼 커다란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드론낚시대회 룰은 간단하다. 드론을 이용해 낚싯줄을 20m 이상 날려 바다에 떨어뜨리면 된다. 순위는 낚은 물고기의 중량을 합쳐 가장 무거운 순서로 결정된다. 예컨대 500g짜리 고기 한 마리를 낚은 사람이 100g짜리 물고기 6마리를 잡은 참가자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직접 만든 드론으로 출전한 ‘탑피싱팀’ 오준석씨. 태안=정필재 기자

드론을 활용하면 낚시는 정교해진다. 드론을 통해 물살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가 원하는 장소에 정확하게 미끼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론낚시 역시 진화하고 있다. ‘탑피싱’ 오준석(40)씨는 바다낚시에 적합한 드론을 직접 만들었다. 오씨는 이 드론을 해수면 가까이 띄워 물고기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뒤 그 지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1회 세계드론낚시대회부터 이번 행사까지 모두 참여하고 있다는 오씨는 “낚시에 적합한 드론을 찾아보다가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며 “몸체는 카본으로 제작했고 부품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미로 드론을 시작했는데 DIY(Do It Yourself·자체제작)로 원하는 스펙의 드론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지난 대회에서 망둑어 4마리를 잡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드론고래사냥팀이 낚아 올린 물고기의 무게를 재고 있다.  태안=최상수 기자

대회 시작 직전인 오전 8시40분쯤부터 만대항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를 준비했다.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이미 길이 약 300m 방파제에는 참가자는 물론 드론으로 어떻게 낚시를 하는지 궁금해하는 지역 주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대회 전부터 현장에 머물렀던 주최 측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며 안전에 특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이남의(72) 만대어촌계장은 “우리 어촌에서 이런 대회가 열려서 사람들도 많이 모였고 다들 신기해하는 분위기”며 “날씨까지 화창했으면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큰일 날 뻔했다”고 웃었다.

지난 15일 충남 태안군 만대항에서 세계일보가 주최한 제6회 세계드론낚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드론낚시를 하고 있다. 태안=남정탁 기자
지난 15일 충남 태안군 만대항에서 세계일보가 주최한 제6회 세계드론낚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드론낚시를 하고 있다. 태안=남정탁 기자
태안=남정탁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면 축사를 통해 “드론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 대표되는 빠르고 효율적인 교통혁신과 택배·배송 분야에서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 물류 혁신을 주도해나가고 있다”며 “낚시나 축구, 레이싱 같은 스포츠와 레저 분야에서도 응용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드론은 앞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바꿔나갈 것”이라며 “이 행사가 드론 레저문화 활성화를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 역시 “낚시 인구는 730만명이 넘는 우리 국민의 대표적 레저 활동이고, 드론은 미래 비즈니스 도구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라며 “드론을 활용한 낚시대회로 드론과 낚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