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사와라”… 새신랑 극단 선택 몬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었다

결혼한 지 석달 된 A씨, 직장 내 괴롭힘에
유서 남긴 채 직장 근처서 극단 선택
폭언 일삼던 상사들, 수십만원 킹크랩도 받아내

장수농협,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 확인
직원들에 4억원 넘는 공짜 노동시켜
주 최대 12시간 연장근로 293회 어겨
6건 형사입건, 과태료 총 6700만원 부과

지난 1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장수농협 직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고용 당국의 감독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전주고용노동지청이 지난 1월27일부터 지난 7일까지 전북 장수군 농협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근로감독에서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용부는 이 중 6건을 형사입건하고, 과태료 총 67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를 괴롭힌 가해자 4명과 공인노무법상 성실·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사측 공인노무사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 1월 25일 전북 장수군 농협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 A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A씨 유족들이 전북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장수농협 직원 A(33)씨는 결혼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지난 1월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직장 근처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 유족들은 A씨가 지난해 1월부터 상급자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상급자들은 A씨에게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왜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폭언을 했다고 한다.

 

고용부는 조사를 통해 A씨가 지난해부터 다수의 상급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상급자들은 인격 모독과 조롱성 발언을 일삼았고, A씨에게 27만5000원짜리 킹크랩을 사 오라고 요구한 뒤 실제로 받아내기도 했다. 

 

A씨가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사측에 신고하자 사측은 A씨에게 부당한 업무명령을 하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불합리한 처우가 있었던 것도 확인됐다. 피해자인 A씨를 되레 다른 부서로 발령했고, 내부 전산망 접속도 되지 않는 PC(개인용 컴퓨터)를 배정하기도 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사측이 선임한 공인노무사는 고용부 조사 결과, 가해자와 지인 관계로 밝혀졌다. 이 노무사는 조사 과정에서 나온 비밀을 누설하는 등 편향적으로 조사했고, 사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장수농협이 다른 노동관계법을 다수 위반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장수농협은 조기출근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직원들에게 ‘공짜 노동’을 시켰다. 회사가 주지 않은 수당은 4억원이 넘는다. 1주 최대 12시간까지인 연장근로 한도를 293회 어긴 사실도 적발됐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는 철저한 근로감독을 통해 단호하게 대응하여 청년 등 취약계층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