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방 트렌드는 큰 틀에서 ‘미니백(Mini Bag) 가고 빅백(Big Bag) 온다’ 아니면 ‘빅백 가고 미니백 온다’가 돌림노래처럼 반복됐다. 하지만 올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미니백의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빅백이 동시에 유행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니백은 지갑보다도 작거나 액세서리로 보일 정도의 초미니 사이즈로 작아지고, 빅백은 마치 포대 자루를 연상케 할 만큼 더 커져 극적 대비를 이룬다. 이렇게 극단적인 크기 차이를 보이는 두 가방을 함께 매치하는 것도 올해 눈여겨볼 트렌드다.
◆나노, 마이크로… 점점 작아지는 미니백
패션업계 관계자는 17일 초미니백의 인기 이유에 대해 “조거팬츠 등 가볍고 캐주얼한 옷차림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크기는 작지만 포인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명품 가방을 들 수 있다는 것도 이유”라며 “미니백은 다른 제품보다 가격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브랜드 가치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미니백이 명품 입문 아이템으로도 꼽히는 이유다.
◆하트, 역삼각형, 반달형 등 형태로 개성 표현
미니백은 정사각형, 직사각형 등 각 브랜드의 시그니처백을 그대로 축소한 형태가 기본이지만, 하트, 역삼각형, 반달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개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끈 하트 모양 미니백의 인기는 올해도 견고할 듯하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알라이아의 ‘르 쾨르’백은 ‘하트백’으로 불리며 지난 겨울봄(WS) 시즌 컬렉션에 소개된 후로 국내외 셀럽들의 SNS에서 자주 등장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샤넬, 루이뷔통, 발렌시아가, 생로랑, 구찌 등도 앙증맞은 사이즈의 미니 하트백 트렌드에 동참했다.
인형을 형상화한 미니백도 눈에 띈다. 알렉산더왕의 크리스털 래빗 리스틀릿 백은 귀여운 토끼 형태에 화려한 크리스털 장식을 해 귀여움 속에 세련된 감성을 더했다. 손목에 걸쳐 액세서리처럼 포인트 제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전보라 10 꼬르소 꼬모 팀장은 “소비심리 침체 등 패션시장의 불안 요소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아이템에 대한 관심은 늘 존재했다”며 “국내외 셀럽들을 시작으로 하트백에 대한 인기가 계속되고 있고, SNS상에서도 창의적인 스타일링이 공유되며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빅백의 화려한 귀환
한동안 외면받았던 빅백도 화려하게 돌아왔다. 수납력 좋은 쇼퍼백부터 포대 자루를 연상하게 하는 ‘보부상백’ 등 상체를 다 덮을 정도의 XXXL 사이즈로. 럭셔리 브랜드들은 누가 더 크게 만드나 자존심 경쟁이라도 하듯 큰 사이즈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실용적인 쇼퍼백들은 밝은 컬러와 에스닉 패턴, 골드 포인트 등으로 마무리됐다”며 “빅백은 어깨에 늘어뜨리고, 클러치처럼 접어들거나 미니백과 더블 착장하는 등 다채롭게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빅백은 크기만으로도 시선을 끌기 때문에 화려하고 헐렁한 옷보다는 간결하고 세련된 옷차림에 잘 어울린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실루엣의 빅백은 무심하게 어깨에 걸치기도 하고, 파우치나 클러치처럼 접어들고 옆구리에 끼어도 멋스러워 보인다.
특히 빅백과 미니백을 같이 착장하는 것도 올해 눈에 띄는 트렌드다. 보테가 베네타는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각진 형태의 미니백과 정반대 스타일의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빅백을 미스매치해 선보였다. 미니백의 수납 걱정을 덜거니와 가방 크기의 대비효과로 스타일도 한층 돋보일 수 있다. 최근 연예인들의 공항패션에서도 초미니백과 넉넉한 크기의 가벼운 에코백 등 두 개의 백을 함께 착장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