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 빚은 ‘전라도 천년사’, 공개 이의신청 나서

일제 식민사관적 표현으로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역사서 ‘전라도 천년사’가 공개 검증 절차를 다시 밟는다.

 

전라도 천년사는 전북과 전남, 광주 3개 호남권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5년간 2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라도 5000년사를 집대성한 기록물이다. 사학자와 공무원 등 600여명이 사료 수집과 집필에 참여해 각고의 노력 끝에 34권(총 2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역사서로 탄생했으나, 곧바로 여러 역사 왜곡 논란에 부딪혀 지난해 말 계획한 봉정식은커녕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일반에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가 18일 전북도청 앞에서 “전라도 천년사에 식민사관적 표현으로 역사 왜곡을 했다며 사죄와 함께 출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전북도는 18일 전남도, 광주시, 전라도 천년사 편찬위원회와 연석회의를 열고 이달 중 전라도 천년사를 전자책(e북)을 통해 2주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그동안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식민사관’, ‘친일’ 등과 관련한 항목에 대한 문구, 내용 등에 대해 이의신청을 받아 2주간 역사편찬위의 검토를 거쳐 재편찬할 계획이다. 사서 발간은 올 상반기 중 이뤄질 예정이다.

 

전라지역 40여개 역사·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는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전라도 천년사에 식민사관 기술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바로 잡지 않고 미온적인 형태를 보인다”며 사죄와 함께 출간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e북을 통해 전라도 천년사 전체 내용을 공개하고 출간 전 내용 검증과 수정을 철저히 한 뒤 출간을 천명할 것”을 요구했다.

 

단체는 “전북 남원시 옛 지명을 '기문국'(己汶國)으로, 장수군 지명을 '반파국'(伴跛國)으로 기술했다”며 “이는 일본이 고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任那)일본부설’의 근거로 쓰인 ‘일본서기’ 기술 내용을 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 해남군을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침미다례'(忱彌多禮)로 규정하고, 임나일본부설의 핵심 용어인 '임나 4현'을 삽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기문, 반파, 침미다례 등은 고대 일본의 ‘야마토 왜’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등장하는 나라인데도 전라도 여러 지역을 이대로 표기한 것은 일본 식민지로 고유 영토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단체는 지난해 말 학계와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식민사관적 내용과 삼국사기 등 국내 역사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 기술 등을 지적하면서 사서 전문 공개와 편찬위 사과를 요구했다.

 

전북도 등 지자체는 지난해 말 전라도 전주에서 전라도 천년사 봉정식을 대대적으로 계획했으나, 이런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행사를 취소하고 후속 대응책을 논의했다.

 

전라도 천년사는 고려 현종 9년(1018년) 전주 중심의 강남도와 나주 중심의 해양도를 합쳐 전라도로 정명(定名)한 지 1000년을 맞은 2018년부터 3개 광역단체가 지난해까지 5년간 24억원을 들여 합작한 대형 역사 기록서다. 당초 1000년 역사를 기록하려고 했으나, 편찬 범위를 확대해 5000년사를 모두 담았다.

 

편찬은 전북도 출연기관인 전북연구원의 주관으로 총서(해설서) 1권과 고대∼현대 시기별 통사 29권, 도백 인명사전 등 자료집 4권 등 34권으로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