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로 시작하는 동물원의 노래가 발표된 건 1990년이다. 가사 안에 등장하는 당시 지하철은 도시의 낭만을 상징하는 듯하지만 현실 속 지하철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1990년대 서울 지하철은 늘 ‘콩나물시루’, ‘지옥철’ 등 각종 별칭이 따라다녔다. 급기야 구로역·신도림역 등 혼잡도가 심한 지하철역 20여 곳에 승객을 전동차 안으로 밀어 넣는 푸시맨(Push man)이 등장했다. 주로 대학생들을 고용한 아르바이트 형태로 운영되다 1990년대 중반 자취를 감췄지만 2000년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 정식 직업으로까지 인정받았다.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바뀐 지금 승객들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르는 김포골드라인에 정반대 역할을 하는 커팅맨(Cutting man)이 모습을 드러낼 모양이다. 김포골드라인이 개통된 건 2019년 9월. 고작 두 량으로 편성된 지하철의 최대 수송 능력은 230명인데 러시아워에는 400명 이상의 승객이 빼곡히 들어찬다. 혼잡률이 285%로 서울 최대 혼잡구간인 9호선 노량진∼동작역(185%)을 훌쩍 뛰어넘으며 ‘김포골병라인’으로 불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