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백정현! 러셀 안타에 ‘퍼펙트 게임’ 좌절

키움 상대 8회 1사까지 완벽 피칭
투수 글러브 맞고 러셀 타구 굴절
대기록 무산… 삼성, 6-4로 승리

삼성의 좌완투수 백정현은 2007년 2차 1라운드 8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성한 뒤 10년 이상 유망주 신세에 머물렀다. 항상 스프링캠프 때 좋은 모습을 보여 ‘오키나와 커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정작 시즌을 시작하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삼성 좌완투수 백정현이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뉴스1

프로 14년차이던 2021년 백정현은 드디어 잠재력이 폭발했다. 2021년 27경기 선발 등판해 157.2이닝을 던져 14승5패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하며 단숨에 정상급 선발투수로 발돋움한 것. 2021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백정현은 맹활약을 인정받아 4년 총액 38억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야심차게 시작한 지난 시즌, 백정현은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전반기엔 1승도 없이 10패를 기록할 정도였다. 후반기 반등에 성공하며 4승을 거뒀지만, 최종 성적표는 4승13패 평균자책점 5.27로 2021년의 모습이 ‘반짝 활약’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백정현은 2023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6일 한화전에서 2이닝 5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12일 SSG전에선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이 0-3으로 패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성적 0승2패 평균자책점 7.71의 평범한 선발투수 백정현이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 KBO리그 역사상 아무도 기록한 적 없는 대기록인 퍼펙트를 기록할 뻔했다.

백정현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과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8회 1사까지 안타와 4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8km에 그쳤지만, 완벽한 제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키움 타자들의 타이밍을 제대로 빼앗았다. 야수들도 호수비로 백정현의 퍼펙트 행진을 도왔다.

아웃카운 5개만 추가하면 42년 KBO리그 역사의 첫 퍼펙트 게임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백정현은 8회 1사에서 키움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에게 내야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러셀의 타구가 백정현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고, 유격수 이재현이 잡아 1루로 던졌지만, 이미 러셀은 1루 베이스를 지난 뒤였다. 러셀의 타구는 내야 안타로 기록돼 백정현의 퍼펙트 행진은 깨졌다. 백정현은 후속 타자 이지영을 병살로 유도해 8회까지 마쳤다.

완봉을 위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백정현은 긴장이 풀린 탓일까. 김동헌과 임병욱에게 연속으로 2루타, 3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이승현에게 넘겼다. 이승현이 이용규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으면서 백정현의 실점은 2로 늘어났다. 백정현의 최종 성적표는 8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 삼성의 6-4 승리를 이끈 백정현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시즌 초반 6연패 수렁에 빠졌던 삼성은 이후 4승1패를 기록하며 시즌 성적을 6승8패로 끌어올렸다.

대전에서는 두산이 한화를 2-0으로 꺾었다. 지난 12일 KIA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160km를 넘긴 한화의 문동주는 이날 선발로 나서 5.2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KT는 수원에서 SSG를 4-2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