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축구 가족이다. 서로 돕고 산다.’(Help each other as a football family)
대한축구협회가 자리 잡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1층 로비 ‘축구인 헌장’ 입간판에 적힌 아홉 번째 항목이다. 이 헌장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정정당당하게 경기하고, 부패와 차별 등을 배격한다는 등 모두 10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이들 중 ‘축구 가족은 서로 돕고 산다’는 항목이 중의적으로 해석된다는 팬들의 비판이 거센 건 축구협회의 최근 행보와 무관치 않다. 지난달 28일 승부 조작 비위로 얼룩진 전·현직 선수 등 100명의 사면을 의결했다 역풍을 맞고 사흘 만에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탓이다. ‘졸속 사면’이라는 비판을 낳았고, 결국 정몽규 회장을 뺀 부회장과 모든 이사진의 사퇴로 이어졌다.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한국 축구 행정 및 회원 단체를 총괄하는 위상과 동떨어진 행태라는 지적이 여전히 들끓는다.
◆‘역린’ 건드린 사면 의결
◆‘일선 축구인’이 관용 제안?
사면 철회를 알린 축구협회 입장문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입장문에서 ‘충분히 반성했고 죗값도 어느 정도 치렀으니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떠냐’는 제안의 주체로 지목된 ‘일선 축구인’이 누구냐는 비판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야말로 내 식구 감싸기 아니겠냐”는 등 부정적 반응이 줄을 잇는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31일 사면 철회를 알리는 입장문에서 ‘일선 축구인’들의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도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고 사면 의결의 배경을 설명했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판단으로 축구팬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는 게 정 회장의 전언이었다.
당시 승부 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창원지검이 2011년에 기소한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는 모두 59명이다. 그해 기준으로 내국인 선수(603명)의 10% 수준이었다.
승부 조작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던 그때의 축구인들은 어디에 있느냐는 비판에 정치권도 들고 일어났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이른바 ‘축구협회 사면 완전 박탈법’ 발의를 예고했다. 승부 조작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축구인은 반드시 퇴출한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국민체육진흥법’의 대한체육회 관련 규정을 손대는 게 골자인 이 법은 △승부 조작 △횡령·배임 △성폭력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체육인 징계는 아예 향후 감면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는 축구협회의 상급 단체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축구해설위원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엠에서 문화연대 등의 주최로 열린 ‘축구협회 징계 사면 사태의 문제점과 이후의 쇄신 과제’ 주제 토론회에 참석해 “축구협회 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 위원장은 법조인인데, 대한체육회 규정과 상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통과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