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된 원아를 눕혀 이불로 덮은 뒤 14분간 몸으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이정재 부장판사)는 20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을 억지로 재우기 위해 원장으로서 해선 안 될 학대 행위를 수십회 걸쳐 계속 반복했고, 결국 아동이 사망에 이르게 돼 그 결과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 아동을 고통을 표현해보지도 못한 채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부모는 어린이집 등원 5일 만에 자녀가 주검으로 돌아온 차가운 현실에 신음하고 있다. 평생 아물 수 없는 상처를 안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보육시설 종사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는 것으로, 학부모로 하여금 불안에 떨게 하고 보육종사자들의 자긍심을 떨어뜨리게 했다"며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가 없었고, 피해 아동 측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국민 법 감정과 아동 종사자의 경각심 고취 차원을 위해서라도 법정 최상한으로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판결했다.
재판부는 “살해 의사가 있었다면 다른 보육교사가 있고 녹화가 되는 상황에서 범행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으며, 피해 아동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뒤 곧바로 119에 신고하게 했다”며 “또 구조대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의 증거만으로 아동을 재우기 위해 죽여야겠다는 확정적 고의나 죽어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피해 아동인 천동민군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재판을 지켜보던 베트남인 어머니 보티 늉(26)씨는 선고 직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나섰고, 결국 법원 건물 현관 앞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천군 아버지 천안동(33)씨는 “14분이나 아이 몸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이게 살인이 아니라는 판결은 말이 안 된다”며 “징역 19년형도 너무 가볍다. 베트남에선 아동학대로 아이가 죽으면 사형이 선고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피고인은 반성한다고 하지만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사과한 적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10일 경기 화성시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천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뒤 이불로 머리까지 덮고 쿠션을 올린 뒤 그 위에 플랭크 자세로 엎드려 14분간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천군의 옆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도 했다.
보육교사 등은 당시 낮잠 시간이 끝나고 천군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CPR)을 한 뒤 119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0년에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