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공포 일파만파…경찰 “단순 가담도 엄벌 방침” [주간 112 리포트]

[편집자주] 매주 일어난 사건·사고 가운데 한 가지 이슈를 정해 살펴보는 ‘주간 112 리포트’입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경기 동탄신도시, 구리시, 부산광역시 등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 경매 유예, 대출 지원, 채무 조정 등 피해자 지원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직적 전세사기에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경찰 “전세사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적극 검토”

 

지난 20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시·도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라”며 강도 높은 수사를 지시했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전세사기 의심 사건과 국토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사건 전부를 신속하게 수사하라”고도 당부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본부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에서 열린 '전국 시도청 수사부장 화상회의'에 참석해 전세사기 관련 수사대책을 논의하기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징역, 4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하려고 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해 구성원으로 활동한 경우 적용할 수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예를 들어 계좌를 빌려주는 등 사기 범행을 직접 하지 않은 가담자에게도 사기범과 같은 형량을 선고할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경찰이 단순 사기죄보다 처벌이 무거운 범죄단체조직죄로 일벌백계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 19일 전세금 명목으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70억원이 넘는 현금을 가로챈 전세사기 조직 일당을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전세사기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첫 사례다.

 

◆‘건축왕’으로 불리는 ‘사기왕’…전세사기 380억 규모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A씨와 공인중개사 등 일당이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전세 보증금은 경찰 수사 결과 4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아파트 등 모두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 등 일당 61명의 전세 사기 혐의 액수는 총 380억원대다. 지난달 15일 A씨가 구속 기소될 당시에는 피해 전세 보증금이 125억원이었지만, 추가 수사 결과 액수가 3배 이상 늘었다. A씨가 국세와 지방세를 체납하는 등 자금 경색이 시작됐는데도 계속 전세 계약을 한 과거 시점으로 범죄 기간을 늘려 잡으면서 혐의 액수가 증가한 것이다. 경찰이 최근까지 접수한 A씨 일당 관련 고소장은 모두 944건이며 이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보증금은 700억원대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 승강기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A씨는 최근 몇 년간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481채의 전세 보증금 38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A씨 일당의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기소 전 수사단계에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명이 동일한 목적을 갖고 범죄 행위를 했기 때문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고소장이 추가로 들어오면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전세사기 공포…“전세사기 

 

수도권 일대 다세대주택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여 100억원 넘는 전세보증금을 챙긴 일당도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주택 380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30대 최모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지난 5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부동산컨설팅업체를 차려놓고 임차인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아 최씨의 부동산을 위탁관리하며 돈을 나눠 가진 정모씨에 대해서도 사기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공모 관계를 확인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강동·양천·구로·영등포·강북·강서·금천구, 경기 부천·김포·고양시, 인천 등지에 다세대주택을 세놓은 뒤 임차인 67명에게 보증금 약 14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90건(대위변제)은 범죄사실에서 제외됐다. 이를 포함하면 피해 임차인은 157명, 금액은 345억원에 이른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는 오피스텔 전세금 피해 의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재까지 경찰에는 91건의 관련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7일 최초 신고가 접수된 이후 나흘 만에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 경기 구리시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주장하는 임차인들이 대거 나왔다. 경기 구리경찰서에는 지난 2월부터 “전세 만기인데 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는 진정이 다수 접수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부동산 중개업자 등 20여명을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해자들은 수백명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는 사상구와 부산진구, 동구에 빌라 4채를 소유한 70대 부부가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잠적하면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오피스텔 입주자들로 구성된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부부의 빌라 4채에 입주한 세입자는 89세대로, 전세보증금은 54억원에 달한다. 이 부부는 빌라 4채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46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