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 항공우주국(NASA) 관련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나사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장으로 임명된 리스트럽이 취임식에서 성경 대신 천문학자 칼 세이건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창백한 푸른 점’에 왼손을 얹고 선서했다는 것이다. 신임 센터장은 세이건이 “누구나 쉽게 과학을 접할 수 있고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우주 탐험과 별에 대한 이해의 중요함”을 알게 했다면서 “센터가 하는 일과 연관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창백한 푸른 점’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의미한다. 우주무인탐사선 보이저 1호가 해왕성 궤도를 벗어나며 1990년 2월 지구에서 61억㎞쯤 떨어진 지점에서 ‘우주 속의 지구’를 찍은 사진에 나타난 모습이다. 세이건은 “저 점을 보라. 그것이 여기다. 그것이 우리다”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별은 은하수가 거느린 3000억개 별의 하나인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행성이다(‘코스모스’, 칼 세이건). 우주의 별은 10의 22제곱. 즉 100억의 1조배로 추정되니, 지구는 끝없는 백사장의 모래 한 알인 셈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 사진’으로 불리는 이 사진은 쉽게 얻어진 게 아니다. 지구를 등지고 항행하는 보이저1호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지구를 촬영해 보자는 세이건의 역발상 제안은 처음에는 거부되었다. 최고 과학자들의 집단지성을 반영하는 탐사선의 예정을 변경하는 것도 어려웠거니와 천문학적인 인적·물적 자원이 들어간 보이저의 항행이 무산되는 사고 발생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책임자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인간이 희로애락하며 사는 거대한 지구가 우주에서는 티끌 같은 한 점이라는 놓칠 뻔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보이저1호는 2023년 4월22일 오전 8시 현재 지구로부터 약 147억9400만마일 떨어진 지점에 있다. 2호도 멀지 않은 곳에서 뒤따르고 있다. 1977년 9월(1호)과 8월(2호)에 발사된 이래 태양계와 태양계 너머의 신비로운 우주 데이터를 매일 전송 중이다. 오늘 데이터는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1초에 30만㎞를 가는 빛의 속도(one-way light time)로 2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달려온(?) 셈이다. 티끌 위에 사는 ‘너무 작은 인간’이 460억광년의 반경을 지닌 ‘너무 큰 우주’를 향한 소통이 경이롭다. 인류에게 평화로운 지구와 겸손한 인간에 대한 지혜를 선사하고 우주와 소통을 역설한 세이건은 매력적인 ‘호모 커뮤니쿠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