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에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그제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고 했다. “즉시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결자해지할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가 귀국해 검찰 수사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당대회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번 의혹이 불거진 이후 시간만 끌다가 열흘 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송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탈당하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현금이 살포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의혹을 알지 못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 파일에서는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에 깊이 관여한 정황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영길이 형이 (돈을)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 등의 내용이 그렇다. 검찰에 압수된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 녹음 파일이 3만개나 된다고 하니 무슨 내용이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송 전 대표는 측근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지 말고 검찰 조사에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