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손으로 덖는 우리차… 中·日과 차별화”

25년 명맥 ‘붓당골’ 김종열 대표
“5월 4일부터 하동 茶엑스포
명품 수제차 대중화 계기 되길”

“같은 찻잎이어도 덖는 온도와 속도, 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죠. 차를 마시면 그 차를 재배한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20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붓당골이라는 제다(製茶)를 운영하는 김종열(60) 대표는 하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수제차의 깊은 맛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종열 붓당골 대표가 20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차실 앞에서 이날 오전에 딴 야생 녹차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하동=이지민 기자

김 대표와 같은 하동의 제다들은 기계를 쓰지 않고 전 과정을 손으로 작업한다. 기계를 쓰면 대용량으로 생산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덖는 과정에서 맛이 변질된다고 한다. 이날 시음한 차는 곡우(4월20일) 이전에 수확한 ‘우전(雨前)’으로 맑은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 김 대표는 “고품질일수록 노란빛이 아주 맑게 비치고, 우렸을 때 탁한 녹색을 띠면 녹차로 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동 쌍계사에서 칠불사로 가는 길 편에 있는 붓당골 차실에서는 한쪽 통창 너머로 펼쳐진 차밭을 볼 수 있다. 김 대표가 1만평의 차밭에서 찻잎을 따 차를 판매한 지는 올해 25년째. 딸 둘과 아내가 김 대표의 유일한 직원이다.

김 대표는 하동 수제차의 가장 큰 특징으로 풍토에 맞게 적응된 종자를 쓴 ‘재래종’이라는 점을 꼽았다. 중국, 일본, 대만도 차가 유명하지만, 대부분 접목 등으로 인위적으로 개발한 개량종을 쓰고 있어 씨앗으로 번식한 재래종과는 구별된다는 것이다. 생산의 전 과정을 오로지 두 손으로 한다는 점도 하동 수제차만의 경쟁력이다.

붓당골과 같은 하동의 제다들은 따온 찻잎을 180도로 달궈진 가마솥에 빠르게 덖는다. 이후 그늘에서 숨을 죽이고, 자연 건조 후 건조기에서 최종 건조한다. 이 과정을 몇 번씩 반복하는 곳도 있지만 붓당골은 생잎을 써서 한 번만 덖어낸다. 덖는 온도와 속도, 강도, 건조 시간 등은 제다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동군에만 붓당골과 같은 소규모 농가 및 제다가 200곳이다. 25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만큼 붓당골의 손님들은 대부분 오래된 단골이다.

하동에서는 다음달 4일부터 6월3일까지 세계 차 엑스포가 열린다. 이번 엑스포는 우리나라에서 차를 주제로 정부가 승인한 첫 국제행사다. 붓당골도 내달 4일부터 10일까지 부스를 열어 참여한다. 김 대표는 “커피 못지않게 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 좋겠고, 사람들이 수제차를 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