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고공행진에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가자 급기야 정부가 커피∙치킨∙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외식기업에 직접적으로 물가인상에 대한 안정책을 요구한 것이다.
24일 정부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상으로 물가 안정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간담회에는 최근 물가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bhc∙제너시스BBQ∙맘스터치와 스타벅스 코리아∙롯데GRS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농림부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와 관련 협회에서 당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주요 식재료 가격이 떨어져 각 업체의 원가 부담이 줄어든 만큼 업체가 판매하는 식품 가격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농림부가 주장을 하는 이유다.
가격인상은 치킨과 햄버거 메뉴에서 두드러졌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3일부터 교촌치킨의 일부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려 대표메뉴인 간장 오리지날 가격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허니콤보 가격은 2만원에서 2만3000원이 됐다. 여기서 배달앱으로 주문했을 때 평균 3000원에서 5000원사이에 웃도는 배달 팁까지 붙는다면 치킨 한 마리에 약 3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BBQ와 bhc는 아직 가격을 동결한 상태지만 지난 2021년 12월 bhc가 프라이드 치킨 가격을 1000원 인상했고 BBQ는 지난해 5월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2만원으로 올린 바 있다. 또 버거킹은 지난달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고, 2월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5.1% 각각 인상했다.
정부가 이처럼 물가를 잡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4.8% 상승했고 여기에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28.4% 폭등했다.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지난달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7.4% 올랐다. 지난해 연간 외식물가 상승률은 7.7%로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직접적으로 기업에 물가안정을 위한 협조를 주문한 것은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7년 3월, BBQ는 대한민국을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닭고기 산지 가격이 인상됐다며 치킨 가격 10% 인상에 나섰다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당시 농림부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안정되고 있어 가격인상을 할 이유가 없다. 산지 기준이 ㎏당 1600원인 닭고기를 조리해 치킨 가격을 1만6000~1만8000원 받고 있는데 더 올릴 이유가 없다”며 가격인상을 막아섰다. 특히 농림부는 “치킨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는데도 치킨 프랜차이즈(BBQ)에서 가격을 올리면 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BBQ는 꼬리를 내리고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2주에 한번 씩 치킨을 사먹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출시와 함께 논란이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인상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이외에도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 사례는 많다. 2022년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3000원에 판매되던 자가진단 키트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10만원에 판매되자 정부는 1인당 구매 수량을 한정하고, 가격을 6000원으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