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에 돌입했다. 특별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사들여 피해자에게 시세의 20∼30% 수준으로 임대하는 게 핵심이다. 또 피해 세입자는 경매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받고 낙찰받을 경우 취득세 면제·재산세 감면 등 세제지원과 장기저리 융자 혜택을 볼 수 있다. 피해자의 주거안정에 주안점을 둔 것인데 벼랑에 몰린 세입자들에게 숨통이 트일 여지는 생겼다.
특별법이 근본대책일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자산 여유가 있는 피해자에게는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만 빚이 많은 세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공공기관 등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피의자의 재산 추적 등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가 대안일 수는 없다. 전세사기 피해액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다가는 전세 피해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일반사기 피해까지 보상 요구가 폭주할 텐데 원칙도 맞지 않고 재정도 감당할 수 없다. 시장의 골간을 망가뜨리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전세사기 대책까지 정쟁거리로 삼지 말고 초당적 차원에서 특별법을 신속히 처리해야 마땅하다.
전세 피해 유형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맞춤형 상담과 피해대책을 촘촘히 짜야 할 것이다. 총 2864가구, 약 2700억원의 전세보조금을 돌려받지 못한 ‘인천 미추홀 전세사기’ 피해자의 70%가 소액임차인 보호를 위한 최우선변제조차 받지 못한다고 한다.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근저당 설정 시기에 따라 보증금 기준이 달라져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구제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최우선변제금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심각한 건 전세금이 집값의 80%를 웃도는 깡통전세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집값이 10∼20% 떨어지면 올 하반기에 경북의 공동주택은 40% 이상, 대구·울산·충청남북도·전북 등은 30% 이상이 깡통전세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대란’이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선제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는 대출규제를 추가로 풀어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용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전세권 등기설정,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전세금을 집값의 일정비율 이하로 묶는 전세 상한제도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