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대입 정원을 1800여명 늘렸다. 서울대 218명, 고려대 56명, 연세대 24명 등 서울 주요대에서 늘어난 정원만 600여명에 달한다. 수도권 대학 정원 순증은 20여년 만이다.
교육부는 27일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및 보건의료분야 정원조정 결과’를 확정해 각 대학에 통보했다.
정부는 지방대와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을 통제해왔지만, 지난해 반도체 분야 인재 부족 목소리가 커지자 첨단분야 학과는 정원 증원이 쉽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교육부는 “불필요한 증원은 없어야 한다는 교육부 기조엔 변함없지만, 첨단 인재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증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고3에게 적용되는 2024학년도부터 첨단분야 학과 정원은 1829명 늘어난다. 수도권 10개교(19개 학과) 817명, 비수도권 12개교(31개 학과) 1012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5734명(21개 대), 비수도권에서 1307명(13개 대)을 늘리겠다고 신청했다. 교육부는 “수도권은 증원 요청의 14.2%, 비수도권은 77.4%가 받아들여졌다”며 “수도권은 증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분야별 상위권 우수 학과만 증원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대학 증원 규모는 △서울대 218명 △고려대 56명 △연세대 24명 △성균관대 96명 △이화여대 30명 △동국대 45명 △세종대 145명 △덕성여대 23명 △서울과기대 30명 △가천대 150명이다. 비수도권 대학은 △경북대 294명 △전남대 214명 △충북대 151명 △충남대 82명 등이 늘었다. 분야별로는 △반도체 654명 △인공지능(AI) 195명 △소프트웨어·통신 103명 △에너지·신소재 276명 △미래차·로봇 339명 △바이오 262명이다.
교육부가 별다른 조건 없이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을 대폭 늘린 것은 23년 만이다. 특히 서울대·고대·연대 등 소위 ‘SKY’ 대학에서만 300명가량 늘어 올해 대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 상위권 대학 합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반도체 학사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목표여서 2025학년도 정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원 조정이 서울·수도권 쏠림과 지방대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비수도권 대 첨단학과 중 상당수는 현재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런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지방대 위기를 부채질하는 결정”이라며 “정부 국정과제인 ‘이제는 지방대 시대’를 ‘이제는 지방대 위기 시대’로 바꾸라”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간호학과 정원은 일반대 385명, 전문대 315명 늘리기로 했다. 임상병리학과 27명, 약학과 17명, 치과기공학과 30명 등이 증원된다. 다만 보건의료분야는 정원 증원 시 다른 과 정원을 줄여 총 정원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