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송야동, 레슬러 벽 넘을까 [찐팬의 UFC TALK]

UFC 밴텀급 파이터 송야동(26·중국)이 본인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건 지난해 3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에서다. 이날 송야동은 코메인이벤트에서 말론 모라에스(35·브라질)와 맞붙었다.

 

당시 모라에스는 코리 샌드해이건(31·미국)과 롭 폰트(36·미국), 메랍 드발리시빌리(32·조지아)에게 져 3연패 중이긴 했지만, 세 선수 모두 강자였던 만큼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모라에스는 현 UFC 밴텀금 챔피언인 알저메인 스털링(34·미국)을 상대로 2017년 1라운드 1분7초만에 니킥에 의한 KO승을 거둔 바 있는 전통 강자다. 이때 스털링은 모라에스의 왼발 니킥을 맞고 그대로 옥타곤에 고꾸라졌다. 순간적으로 몸에 마비가 와 왼발이 들리고 양손은 만세 자세를 한 채였다. 스털링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송야동.

송야동은 이런 모라에스를 ‘가볍게’ 이겼다. 1라운드가 시작된지 약 2분이 지났을 무렵, 스탠딩 타격전 상황에서 오른손부터 시작되는 콤비네이션이 불을 뿜었다. 모라에스는 오른손 훅, 왼손 훅, 오른손 어퍼컷으로 이어지는 정타 3방을 연이어 맞고 바로 정신을 잃었다. 모라에스는 본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UFC 해설진은 송야동의 타격장면을 보며 “따라 들어가 후속타를 때릴 필요도 없었다(It doesn’t even need a follow-up)”고 극찬했다.

 

송야동은 이 경기를 이긴 반년 뒤인 지난해 9월 샌드해이건을 만났다. 당시 샌드해이건은 랭킹 4위의 강자. 3연승으로 UFC에서의 기세가 좋았던 송야동은 길쭉한 팔과 다리로 아웃파이팅을 하는 샌드해이건에게 경기를 잠식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송야동은 2라운드 때 샌드해이건의 팔꿈치 카운터를 맞은 뒤 왼쪽 눈썹 위가 크게 찢어졌고, 의료진은 4라운드가 끝난 뒤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닥터 스톱에 의한 TKO. 송야동은 최근 경기를 그렇게 마무리했다.

 

지난 경기 패배의 아픔을 지닌 송야동이 7개월 만에 옥타곤으로 돌아온다. 오는 30일 본인이 1년 1개월 전 모라에스를 이겼던 바로 그 장소, 에이팩스에서 리키 시몬(31·미국)을 상대한다. 이번엔 코메인이벤트가 아닌 메인이벤트다. 체급 내 송야동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송야동은 경량급인 밴텀급에서 강한 주먹을 바탕으로 화끈한 경기를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2017년 UFC에 입성해 벌써 11경기를 치렀다. UFC 전적은 8승 1무 2패로,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4번,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1번 수상했다. UFC 보너스는 얼마나 재밌는 경기를 하는지 보여주는 척도다.

 

송야동은 전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지난 경기 패배를 곱씹었다. 그는 “1라운드에 한방 걸리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며 “엘보도 더 사용해야 한다”고 복기했다. 이어 송야동은 “이번엔 시몬을 이기고 톱5 선수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송야동의 상대인 시몬은 타격가라기보단 레슬러에 가깝다. UFC 밴텀급에서 37번의 테이크다운을 성공했는데, 이는 UFC 밴텀급 최다 테이크다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송야동은 아직 레슬러를 상대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다. 송야동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사진=UFC 제공

송야동은 “시몬은 터프한 파이터고 강력한 레슬러지만 기술적으로는 모든 영역에서 그저 그런 수준에 불과하다”며 “내 타격이 그보다 낫고, 내 그라운드 게임도 그보다 낫다. 레슬링을 하고 싶다면 레슬링으로 붙어보자”고 도발했다.

 

시몬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시몬은 “송야동은 폭발적인 파이터지만 그가 나처럼 타격과 그라운드를 잘 조화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밴텀급에서 나보다 타격과 그라운드의 조화가 뛰어난 선수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번 경기도 자신 있다”고 했다. 시몬은 현재 UFC에서 5연승 중이다. 2019년 12월 이후 패배가 없다.

 

오는 30일, 1명 만이 옥타곤에서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