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재배해보고 작물 선택"…초보 귀농인의 '스마트 팜' 도전기 [귀농귀촌애(愛)]

<9>전북 군산 ‘딸기로움’ 강정구 대표

태양광 폴리실리콘 회사원, 가족과의 삶 위해 귀농 택해
‘국민식품’ 딸기 귀농 작물로…수익률 높고 판로 걱정 적어
농장 건립 비용 높아 고민했지만…'스마트 팜'에 투자 강행
판매·체험 가능한 농장엔 아이들로 북적…'딸기 놀이터' 변신

“우와∼∼.”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엄마, 아빠와 함께 눈 앞에서 탐스럽게 익은 딸기를 따서 먹는 체험장에 온 아이들은 마치 신세계를 보는 듯 마냥 즐거워했다. 딸기 열매는 아이들의 키 높이에 매달려 있어서 손으로 따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아이가 직접 딸기를 딸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엄마들도 눈에 띄었다. 파란 열매부터 빨강게 익은 딸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스마트 팜 시설하우스라 환경도 쾌적했다. 딸기를 따면서 뛰어다녀도 될 정도로 공간도 넓었다. 아이들에겐 딸기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4월15일 찾은 전북 군산 스마트팜 딸기농장 ‘딸기로움’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딸기로움’은 젊은 귀농인이 운영하는 농장이다. 주말농장 체험은 예약으로 하루 3회 운영된다. 매월 400∼500명이 체험 농장을 다녀간다.  ‘딸기로움’ 강정구 대표의 귀농 이유는 간단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 뒀어요” 그는 전북 군산에서 OCI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는 회사에 다녔다. 근무 10년째인 2018년 11월, 그는 갑작스럽게 경북 포항으로 발령을 받았다. 나홀로 포항생활을 했지만 가족의 품이 그리웠다. 그는 2020년 5월 퇴직하고 가족이 있는 군산으로 돌아왔다.

 

강 대표가 귀농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는 농업의 밝은 미래다. “직장생활은 항상 인원 감축과 조기 퇴직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어요” 그는 농업의 경우 정년이 없는데다 퇴직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본 것이다.

 

귀농 작물로 그는 딸기를 선택했다. 딸기는 겨울에 수확해 경쟁할 작물이 별로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 수익률이 50%로 다른 작물에 비해 꽤 높은 편이다. 딸기는 1000원어치를 팔면 절반인 500원을 버는 고소득 작물이다. 딸기는 ‘국민식품’으로 누구나 좋아해 판로 걱정이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강 대표는 스마트팜 딸기 농장을 희망했다. 우선 시험삼아 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군산시가 스마트팜 연동형 사업 임차인을 모집해 원서를 냈다. 그는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운좋게 임차인에 선정됐다. 2020년 9월 그는 1617㎡(490평)에 3년동안 스마트 팜을 임차할 수 있었다. 임대료는 연간 30만원으로 저렴했다. 강 대표는 2년간 임차한 스마트팜에서 딸기 재배에 대한 여러가지 시험을 해봤다.

 

시험재배로 자신감을 얻은 강 대표는 지난해 9월 30일 스마트 팜 농장을 차렸다. 코로나19 기간이라 국제적인 물류 이동 제한으로 스마트팜 농장 건설 비용은 애초 생각한 것보다 2배가량 올랐다. 3696㎡(1120평)의 스마트팜 농장을 짓는데 10억원이 들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주저했어요” 강 대표는 처음엔 스마트 팜 건립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쇠불도 당금에 뺀다는 말처럼 여지를 두지 않았다. 강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군산은 간척지가 많아 논밭에 소금기가 있는 물이 나와요” 딸기 농사에 이런 물을 사용하면 다 말라죽는다. 그렇다고 상수도 물을 써도 안된다. 맑은 지하수를 뽑아 쓸 수 있는 땅을 사는 게 필요했다. 다행히 계획대로 지하수가 나오는 지금의 땅을 매입했다. 맑은 지하수 사용이 가능한 부지에 8개동의 스마트 팜 농장을 완공했다.

스마트팜 농장에 딸기만 2만800주를 심었다. 초보 귀농인에게 딸기 농사는 쉽지않았다. 스마트 팜 시설하우스의 온도는 15도, 습도는 65%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햇볕의 양인 광량을 잘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딸기는 다른 작물과 달리 아직 재배 데이터가 구축돼 있지 않다.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그 때 그 때 상황을 보고 양액 등을 조절해줘야 해요” 스마트 팜이지만 작물을 위한 적정 환경 조절은 농부의 몫이다. 처음엔 이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딸기 재배의 성패는 적화와 적과에 달려있다. 딸기는 과일의 크기를 고려해 꽃을 따내는 적화와 한개의 꽃대에 2∼3개만 남겨놓는 적과 작업을 한다. 적과에 실패할 경우 딸기가 익어도 신맛이 강하고 당도가 낮기때문이다.

 

강 대표의 딸기 당도인 브릭스는 14까지 올라간다. 열대과일 수준이다. 통상정인 9∼10브릭스보다 훨씬 높다. 딸기 재배의 노하우가 차츰 생겼다.

 

강 대표는 판매와 체험이 가능한 스마트 팜을 구상했다. 판매는 딸기 재배만큼이나 어려웠다. “SNS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홍보한 게 판매에 큰 도움이 됐어요” 그는 귀농 후 곧바로 SNS를 시작했다. 딸기 재배와 일상생활 등을 게시글로 올리면서 관심을 불러모았다. 작물 관련 교육 내용과 직접 재배하는 모습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또 다른 매출 창구는 로컬푸드와 지역의 마트다. 강 대표는 카페 등 판로 다양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 팜 8개동 가운데 2개동은 체험장으로 꾸몄다. 체험장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놀이공간과 캠핑용 텐트를 설치해 가족단위 휴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날도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하면서 놀고 부모들은 그 옆에 마련된 천막에서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부렸다. 스마트 팜 농장에서 방금 따온 딸기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였다.

 

강 대표의 목표는 WPA(현장교수)가 되는 것이다. 청년 농업인에게 현장에서 그동안 얻은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치는 게 그의 꿈이다. 또 딸기를 원료로 6차 가공산업으로 활성화해 잘사는 농부가 되는 것이다.

 

그는 예비귀농인에게 작물 선택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귀농에 앞서 반드시 작물을 재배해 보고 적성에 맞는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