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으로 부동산·명품 등 ‘조각 투자’… MZ세대 몰린다 [마이머니]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분야도 다양화

저작권 투자 뮤직카우, 투자자 절반 2030
최근 1위 곡은 한주새 수익률 31% 달해
배당 수익 받는 빌딩 구매는 5000원부터

“시간 지날수록 올라” 명품 특징 십분 활용
한우부터 영화·미술품 등 이색 분야 많아
“중개 플랫폼 투자 정보 신뢰성 등 따져야”

기관 투자자 등 시장 유입 기대

20대 강모씨는 지난해 6월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 가수의 음악 저작권에 투자했다.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를 통해서다. 약 20만원을 투자한 그는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연 5%가량의 저작권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강씨는 “벚꽃연금이라고 불리는 벚꽃엔딩을 보면서 저작권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수익률을 지켜본 결과 낯선 곡보다 익숙한 곡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저작권을 구입한 뒤 집과 차량에서 같은 음악만 재생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2030 세대에 유행하는 조각투자

 

30일 조각투자 업계에 따르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최근 조각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비싼 자산을 5000원 남짓한 돈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과 새로운 투자에 대한 호기심, 각종 조각투자 플랫폼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음악 저작권을 조각투자하는 뮤직카우의 경우 지난해 기준 2030의 투자비중이 55%에 달했고, 부동산에 조각투자하는 카사도 투자자 절반이 2030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각투자 대상은 다양하다. 음악(뮤직카우), 미술품(소투, 테사, 아트앤가이드), 부동산(카사, 펀블, 소유), 명품(피스, 트레져러), 한우(뱅카우), 영화·전시·공연(펀더풀) 등 다양한 자산을 쪼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뮤직카우에서는 가요의 저작권 지분을 주식처럼 구매해 매월 정산받을 수 있다. 과거 저작권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저작권료 가치를 산정해 음악의 원작자로부터 저작권료에 대한 일부 지분을 구매하고 이를 옥션(경매)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내놓는 것이다. 1주당 가격은 5000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해당 지분을 통해 저작권료를 매달 정산받을 수 있고 다시 마켓(시장)에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가장 높은 저작권료 수익을 냈던 곡은 포미닛의 ‘살만찌고’라는 곡으로 일주일에 지분 대비 31.30%의 저작권료 수익을 냈다. 진민호의 ‘일주년’(29.30%), 스토니스컹크의 ‘노우먼노크라이’(NoWomanNoCry·24.70%), 브레이브걸스의 ‘롤린’(21.40%) 순으로 최근 수익률이 높았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저작권료 시장시세 및 음악 수요자의 청취, 리메이크, 방송 활용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수익 발생 및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 임창정의 소주한잔의 경우 최근 주가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한 주당 가격이 5만31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하락했다.

 

◆부동산·명품도 5000원으로 투자

 

카사, 소유, 펀블 등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서는 수십억원 건물의 건물주를 경험해 볼 수 있다. 부동산 역시 주식과 같은 형태로 최소 5000원씩 지분을 쪼개 구매할 수 있는데, 투자자는 장내 거래를 통한 차익과 함께 3개월마다 정산되는 건물임대료 배당 수익, 건물 매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카사에서는 지금까지 역삼 한국기술센터, 역삼 런던빌 2개 건물의 매각이 이뤄졌다. 각각 12.24%, 14.76%의 누적 수익률을 거뒀는데 두 건물의 공모 참여자 수만 총 1만112명에 달했다. 2020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사의 현재까지 누적 공모가액은 384억7000만원으로 총 6개 건물의 공모가 이뤄졌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차 프랜차이즈 매장 공차의 조각투자 공모에 나섰다. 총 공모금액은 14억9000만원으로 5000원 단위로 나눠 투자할 수 있었다. 해당 매장 이익의 수익 78%는 임대 수익으로 정산되는 구조다. 해당 공모는 지난 26일 시작해 이틀 만에 완판됐다.

 

트레져러는 명품을 조각투자하는 독특한 사업구조를 가졌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샤넬가방 등을 공모·매입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수익화하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구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명품의 특징을 이용했다. 투자자가 명품가방을 직접 만질 수는 없지만 최소 1000원 단위로 지분을 사들여 일정 수준 차익을 거둘 수 있다. 2021년 12월 공모한 롤렉스 시계의 경우 트레져러가 98일을 보유한 뒤 되팔아 42.11%의 수익을 거뒀다.

 

미술품은 조각투자 플랫폼사가 공동구매를 한 뒤 지분을 팔고 이를 경매로 매각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술품 투자는 보관이 까다롭고 정보가 부족한 한계가 있는데 이를 플랫폼사가 중간에서 맡는다. 앤디 워홀부터 키스 해링, 이우환, 김환기 등 유명 미술작가들의 작품이 조각투자 플랫폼사들을 거쳐 갔다. 수십억원을 넘나드는 이들 작품의 지분을 1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한우·영화도 투자 대상

 

한우도 조각투자 대상이 된다. 송아지를 사서 소가 컸을 때 경매를 통해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에 따르면 소들은 대부분 출생 후 28~32개월에 출하와 경매가 동시에 이뤄진다. 농장을 선택한 뒤 소마다의 성장 수준과 체중, 건강검진 상태 등을 알아보고 투자자들은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한우 경매 시세는 계속 변하는데 이달 16~23일 기준 송아지의 경우 살 때 363만원, 큰 소의 경우 팔 때 996만원 수준이었다. 농장별로 송아지 비용과 사육비용을 비교하고 투자할 수 있다. 최소 4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영화, 공연, 전시 등을 조각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펀더블도 이색적인 투자처다. 개봉을 앞둔 전시나 영화의 제작비와 홍보비에 투자하고 관객 수가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경우 그만큼 수익을 나눠 갖는 식이다. 다만 예상 목표치를 넘지 못하면 손해도 볼 수 있다. 아이유와 박서준이 출연한 영화 드림, 황정민, 현빈이 출연한 영화 교섭 등이 펀더블을 통해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조각투자가 새로운 투자 유형인 만큼 주의도 필요하다. 미술품, 한우, 영화 등 일부 상품은 전통금융시장보다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개 플랫폼이 제시하는 투자정보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수익률이 높고 비싼 자산은 일반적으로 기관이 구매한다”며 “조각투자 구매 기회가 오는 자산은 수익률이 낮은 자산일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각투자에 대한 발행인 자격 규제, 중개업자의 정보제공의무 강화, 금융취약계층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적정성 원칙 강화에 관한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국, ‘토큰증권’ 인정… 투자자 보호 길 열려

 

최근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발행을 허용하면서 조각투자가 가능한 종목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30일 금융위에 따르면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유·무형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경제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등 비정형적인 권리에 대한 지분을 주식처럼 쪼개서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증권과 법적으로 다르지 않아 투자자보호가 이뤄질 수 있고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내역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

 

증권사들은 각종 조각투자 플랫폼과 협력해 이른바 ‘ST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온 조각투자 상품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등 새로운 자산의 투자영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관련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쯤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창작자가 토큰증권으로 투자를 받아 관련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문화금융’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문화산업과 금융산업이 유기적으로 융합돼 각각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며 “유동화하기 어려웠던 IP(지식재산권) 자산에 대한 유동화가 이뤄짐에 따라 시장의 파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령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당국은 토큰증권 발표를 통해 규제 밖 ‘회색지대’를 축소하고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유도했다”며 “조각투자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연기금·기관투자자 등 신규투자자가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