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식 핵공유’ 합의하고 온 尹, 그래도 도발하겠다는 北

‘워싱턴 선언’ 나토식과 차이 혼선
NCG 운용 등 후속 조치 서둘러야
속도 내는 한·일 관계 복원도 기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5박7일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방문의 최대 성과는 북핵 억제책이다.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만들어 미국의 핵우산 제공 계획을 공유, 논의하고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 항모, 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전개한다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도발을 저지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와는 다른 개념, 이른바 ‘한국식 핵공유’는 1953년 한·미 방위조약으로 맺어진 한·미동맹 70주년에 걸맞은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핵공유’ 해석을 놓고 한·미 간 엇박자가 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대통령실 고위당국자가 언론브리핑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우리 국민이 사실상 나토처럼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하자 미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다음 날 “핵공유의 정의는 무기 통제와 관련된 것이고, 한·미 간 핵공유를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은 핵무기 사용에 독점적·배타적이며, 최종 권한은 미국 대통령만 갖고 있다. 나토라고 예외를 인정하는 게 아니다. 성과를 부풀리려다 이뤄놓은 성과마저 깎아내렸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는 차단하고 실사구시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한·미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한 것은 북핵 위협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핵무력 사용을 법제화했고, 최근에는 핵탄두 탄도미사일 탑재 훈련까지 마쳤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9일 워싱턴 선언을 겨냥해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7차 핵실험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북한의 인식이 답답하다. 한·미 당국은 예상되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을 높이는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할 때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일본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도 한·미 정상회담의 영향일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으로 재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달 초순 방한할 예정이다.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선 과거사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 있는 입장 표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한·미·일 3각 협력이 제 모습을 갖춰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