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힘 모아 달라’는데 민주당 청원에는 “박광온 사퇴하라” 청원글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 촉구 청원글 올라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당 국민응답센터에 연이어 올라왔다.

 

1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민주당 대선패배의 한 원인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 사퇴요청한다’는 제목 글에서 청원인은 박 원내대표를 겨냥해 “지난 대선 박광온 의원은 캠프에 있었으나 아무 일도 안했다”고 날을 세웠다.

 

청원인은 “박광온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말이 있다”며 “이낙연 전 대표 핵심 측근으로 이재명 대표의 대선을 방해한 걸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광온 의원 행보를 보면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이 아니며 오직 공천 당 장악에 대한 계획으로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며 사퇴시킬 계획을 짜고 있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자신의 글은 ‘내부 총질’이 아니라면서 청원인은 “당원들의 개혁 의지를 저지하고 뒤통수치면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올라온 ‘박광온 원내대표를 당원으로서 탄핵한다’는 글에서 또 다른 청원인은 “박광온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공보단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계속해서 “아무리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투표로 이뤄진다고는 하나 당원들 의견과는 정반대 결과”라며, “박광온 의원의 지난 행적을 보면 그 능력이 심히 의심스럽다”고 사실상 깎아내리기에 몰두했다.

 

두 청원은 1일 오후 6시 기준 각각 2400여명과 780명이 동의했다.

 

박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은 의원총회에서 그가 당선된 후, 이재명 대표 지지자 등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반발과 맥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지지자 등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민주당 의원들 대체 뭔가’ 등 박 원내대표 당선 이후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당원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몰표를 주니 반발심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라며 “공천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그런 거냐”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누리꾼은 “결선 투표 없이 과반 득표라니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며 불만을 토해냈다. 박 원내대표가 사령탑에 오르면서 ‘민주당의 앞날이 우울해졌다’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의원총회 결과에 분노한 듯 ‘기명투표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까지 나온다.

 

박 원내대표를 ‘왕수박’이라 부르며 비꼬는 글도 눈에 띈다.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의 ‘수박’은 이 대표 측 지지자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그 측근 등 ‘비명(비이재명)계’를 통틀어 비난할 때 사용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은 ‘단결’을 내세운 이 대표의 메시지와도 다소 상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함께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당원 지지자 여러분께서도 함께 힘 모아 주시리라 믿는다”며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큰 들 상대만큼 크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비명계’를 겨냥해온 강성 지지층 등의 비판이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로 향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읽혔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대표는 “민주정당에서 당원과 지지자가 합리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모멸감을 주고, 의사 표현을 억압한다면 토론과 논쟁은 사라지고 적대감만 쌓인다”고 언급했다. 그리고는 “품격 있는 민주당의 문화를 앞장서서 지키겠다”고 거듭 밝혔다.

 

민주당은 30일 이내 권리당원 5만명 이상 동의한 청원에 대해 답변하지만 그렇다고 청원을 모두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 영구제명과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징계 요구 청원이 8만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는데, 당은 ‘내부 공격을 멈춰 달라’던 이 대표의 발언 등을 골자로 해 사실상 청원 거부 답변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