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아빠’ 하며 들어올 것 같아” 父 눈물…‘스쿨존 음주운전’ 징역 20년 구형

검찰 “적극적으로 구호조치 하지 않아 위법성 매우 중해”
지난해 12월8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 현장에 이곳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시가 있다. 김동환 기자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0)씨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음주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으로 위법성 매우 중하고 피해자 측 과실도 없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유족 측이 엄벌을 원하는 점과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에서 예방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이같은 사건에 대해 최고 징역 23년형을 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상향한 점 등을 고려해 구형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4시57분쯤 만취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던 중,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 B(당시 9세)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인 0.128%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당시 집 주차장에서부터 약 930m를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고, B군을 충격한 후에도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처음에는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법률 재검토 등을 거쳐 입장을 바꾼 후 이 같은 일에 대해 유족에 송구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지역에 수년간 거주한 운수회사 대표인 A씨가 사고 장소의 위험성을 평소에도 잘 알고 있었고, 운전석에서 충분히 전방의 피해자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3월13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후문 인근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 안내와 일방통행 등 노면 표시가 새겨져 있다. 학교 담장을 따라서는 인도와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울타리가 설치됐다. 김동환 기자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피해자 B군의 부친 C씨는 “저희 가족은 그날 이후로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절망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아빠’ 하고 외치며 들어올 것 같아 아이의 유품을 어느 하나도 치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고 울분을 토했다.

 

C씨는 “가해자가 법정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저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어린이보호구역 사망사고가 중한 범죄임을 판시해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A씨 변호인은 “의사가 아닌 피고인이 주변에 신고해달라고 말하는 것 외에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죄책에 맞는 벌을 내려달라”고 최후변론 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정말 죄송하다”며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매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의 선고공판은 오는 3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