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야당, 형식 따지지 말고 만나 현안 머리 맞대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어제 박광온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을 제안했다.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친 윤 대통령이 외교 성과를 여야 원내대표에게 설명하는 방식의 만남을 갖자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순서”라면서 거절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이재명 대표와 회동한 적이 없는데 원내대표를 만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제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가 된다면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대통령실로서야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회동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이 대표가 그동안 여러 차례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음에도 응하지 않다가 비명(비이재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이재명 패싱’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공식 회동이 이뤄진 적이 없는 만큼 야당에서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취임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야당을 외면해 온 건 문제가 있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이 회동 형식을 문제 삼아 대통령실이 내민 대화의 손을 뿌리친 건 잘못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도 이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윤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의 회동을 시작으로 협치의 외연을 넓혀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여야가 협치를 잘 하려면 빈번하게 만나고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원내대표라도 만나겠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절박한 국내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원화 약세 등으로 경제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민생 문제만 해도 전세사기 대책 마련이 발등의 불이고, 간호법 처리의 후폭풍도 거세다. 북핵 위협도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대통령실과 야당이 회동 형식을 따질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번 회동은 무산됐지만 협치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더 적극적으로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떤 정책도 실행할 수 없는 게 여소야대의 현실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민주당도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해 협치하라고 요구만 할 게 아니라 협치에 응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