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둔화했지만 먹거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여전해 서민들의 지갑을 얇게 하고 있다. 그간 누적됐던 원가 부담이 서서히 외식 등 개인서비스에 전가되면서 좀처럼 물가 둔화세가 체감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3일자 지면에서 이와 함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다우키움그룹 관련주 주가 줄하락, 7년여 만에 이뤄진 한·일 재무장관의 공식 회담 소식 등을 다뤘다.
◆외식 물가 7%대 ‘고공행진’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이는 3월 상승률(4.2%) 대비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지난해 2월(3.7%) 이후 처음이다.
반면 먹거리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는 여전히 높았다. 개인서비스가 6.1% 올라 전월(5.8%)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외식이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외식 외 개인서비스가 5.0% 올라 2003년 11월(5.0%) 이후 1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지역 삼겹살, 삼계탕, 냉면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16.3%까지 올랐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도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고, 버거킹은 지난달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다.
둔화하고 있다지만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중에서 가격이 뛴 품목도 적지 않았다. 농산물 중에서는 양파(51.7%), 파(16.0%), 풋고추(14.4%) 등의 상승폭이 여전히 높았고, 가공식품 중에서는 빵(11.3%), 스낵과자(11.1%), 우유(8.9%), 기능성 화장품(13.0%), 유아동복(9.6%) 등이 고공행진을 했다.
장기 추세를 판단하는 근원물가도 ‘끈적’한 상황이다. 지난달의 경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401개 품목으로 구성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6% 올라 3월(4.8%)보다 0.2%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4.0% 올라 3월과 상승폭이 같았다. 이 지수가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것은 2020년 6월 이후 34개월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대내외에 걸쳐 앞으로 물가 불안을 자극할 만한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이 다음 주에 결정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h당 10원 안팎 정도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원가량의 인상을 가정하면, 평균적인 4인 가족(월사용량 307㎾h)의 월 전기요금 부담액은 부가세와 전력기반기금까지 포함할 경우 기존 5만7300원에서 6만780원으로 3000원가량 올라 6만원 대로 올라서게 된다.
아울러 오펙플러스가 이달부터 하루 116만배럴 감산에 나서고, 러시아산 원유 공급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국제유가 안정세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어 연일 고점을 찍을 정도로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약세를 보여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키움-라덕연 공방에 그룹주 줄하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다우키움그룹의 상장사 중 다우데이타, 키움증권, 다우기술의 주가가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데이타는 이날 5.24% 하락한 1만6460원에 장을 마감했다. 키움증권 주가도 2.77% 하락한 9만1100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최대주주 다우기술도 0.73% 하락한 1만9000원에 머물렀다.
투자자들은 이날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회장이 주가폭락 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다우데이타 140만주, 605억원어치를 매도한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회장이 주가 상승시기 시세차익을 거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이날 자신을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한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라씨는 지난달 28일 방송인터뷰에서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원인이 고소인들에게 있는 취지로 허위 및 악의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라 대표가 주장하는 키움증권 CFD(차액결제거래) 계좌의 반대매매 시작은 오전 9시24분으로 폭락 이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키움증권과 연계된 SG증권 CFD 반대물량이 이번 하락사태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라 대표는 지난달 30일 직원들을 소집해 ‘피해금 지불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에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해 배상금을 투자자들에게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하한가 논란이 된 일부 종목은 이날 하락세를 이어갔다. 선광과 대성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12.73%, 11.45% 각각 하락했다. 서울가스는 12.12%, 삼천리는 7.65% 각각 떨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위·금감원 및 한국거래소 관계 임원회의를 열고 최근 주가조작 혐의 사건과 관련해 신속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시세조종 수법과 공모 여부 등을 명백하게 밝히고, CFD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철저하게 보완해 나가라고 했다.
◆韓·日 재무장관 7년만에 공식 회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되는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한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한·일 재무장관이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2016년 8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추 부총리는 회담에서 “항공편 추가 증편, 고교생·유학생 등 미래 세대 교류 확대 등을 통한 양국 인적 교류 회복, 민간·정부 차원의 대화 채널 복원·확대를 보다 가속할 필요가 있다”는 말과 함께 일본 측의 조속한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또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양자·우주·바이오 등 신산업, 글로벌 수주시장 공동 진출, 저출산 고령화·기후변화 등 미래 대응과 같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민간·정부 차원의 파트너십도 강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스즈키 장관도 다양한 국제 이슈와 역내 이슈 대응에 양국 공조의 중요성과 공조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라며 “그래서 한·일 양국이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일 재무장관 회담에 앞서 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한·중·일 3국이 전 세계 경제에서 20%를 차지하고 아세안+ 지역에서는 80%에 달한다”며 “한·중·일의 협력이 세계 경제의 빠르고 지속 가능한 회복의 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DB는 아시아 빈곤 퇴치를 위해 1966년 일본과 미국 주도로 출범한 국제 금융 기구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경제 발전과 빈곤 퇴치, 환경보호 등을 위해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ADB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1970년, 2004년에 이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