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언론인 지원 ‘기자 방패’에 900만달러 내겠다”

세계 언론 자유의 날 맞아 보호 프로그램 발표

명예훼손·저작권 등 피소 빈발
고유업무 수행 최대 장애물 판단
이르면 다음달부터 혜택 받을 듯
2022년 12월 기준 언론인 363명 수감
최소 67명 피살… 전년비 50% 증가
러시아 구금 WSJ 기자 석방 촉구

세계 언론 자유의 날(5월3일) 30주년을 맞아 미국 정부가 언론사의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하는 기자 방패(Reporters Shield)라는 이름의 언론인 보호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900만달러(약 12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언론인을 향한 물리적·법적 공격이 증가하며 언론 자유가 크게 침해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맨사 파워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2일(현지시간) 유엔 주최 세계 언론 자유의 날 기념행사에서 “언론인을 향한 소송 공격이 늘어나면서 많은 언론인이 명예훼손과 저작권 침해 등으로 피소되는 것을 업무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고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유엔은 1993년부터 언론인이 직면한 위협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5월3일을 세계 언론 자유의 날로 제정, 기념하고 있다.

파워 처장은 “많은 독립 언론사가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소송에 맞서다 폐업하거나, 기사를 쓸 때 자기 검열을 거치곤 한다”며 “부패한 권력자들은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법률로 언론을 구속하려 한다”고 정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30개국 이상에서 363명의 언론인이 수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한 해 전 세계에서 최소 67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라고 파워 처장은 전했다.

USAID는 언론인 보호 프로그램을 통해 탐사 보도를 진행하는 언론인과 시민단체에 법률 자문 비용과 소송을 위한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고, 소송을 피하기 위한 법률 교육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날부터 전 세계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파워 처장은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증가하는 언론인 구금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연설에서 “자신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언론인을 구금하고 투옥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지난 3월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석방을 촉구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3일 ‘2023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한국이 전체 180개국 중 47위(70.83점)를 기록,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했다고 밝혔다. RSF는 “한국의 언론사들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회사 수익은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광고는 신문 편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언론인들은 온라인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보호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언론 자유가 가장 보장되는 나라는 7년 연속 노르웨이(95.18점)가 차지했다. 중국과 북한은 각각 179위(22.97점), 180위(21.72점)에 올라 세계 최악의 언론 탄압국 불명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