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아들에 50억 지급 “질병 때문” 아이디어 낸 사람 김만배였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월1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천대유자산관리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한 위로금 명목’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이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50억이 지급된 경위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진술할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등 ‘입 맞추기’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범 10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50억 퇴직금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곽 전 의원과 병채씨,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등과 연락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심각한 질병에 걸린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병채씨를 병원에 입원시키자고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곽 전 의원 측은 이후 뇌물 혐의 재판에서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산업재해 위로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병채씨의 진단서에 기록된 ‘양성발작성 현기증’은 어지러움증이 발생한 뒤 30초 뒤에 사라지는 경증 질병이다.

 

공소장에는 이성문 대표가 다른 관계자들에게 퇴직금에 대해 진술할 때 입을 맞추도록 할 말을 일러줬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대표가 2021년 10월 화천대유 상무 A씨의 경찰 조사를 앞두고 그에게 전화해 “병채씨가 중병에 걸린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당시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진술하라”며 “그래야 김만배씨의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러줬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곽 전 의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병채씨가 퇴직 당시 화천대유에 제출한 진단서를 보진 않았으며 정확한 병명이나 증상은 몰랐지만 “죽을 병에 걸린 줄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로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곽 전 의원은 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김만배 씨를 포함해) 만난 적도, 수시로 연락한 적도 없고, 대책을 논의한 적도 없다”며 ”(위로금와 관련해)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서 지급한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받아본 것이 전부다. 이 대표 증인신문 때 법정에서 모두 나온 이야기”라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에 항소해 2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서 곽 전 의원의 등장 배경 및 역할, 50억 원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위해 산업은행 컨소시엄 관련사를 압수 수색하는 등 보강 수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