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시대 안전성 검증된 비대면진료 제도화할 때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지난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중 ‘집중관리군' 위주로 유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는 새 재택치료 체계에 돌입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17. photo@newsis.com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6단체가 어제 공동성명을 내고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촉구했다. 지난달 24일 혁신벤처단체협의회에 이어 경제계까지 목소리를 보탠 것이다.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서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에 대한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어제 제15차 코로나19 국제보건규칙 긴급위원회 회의를 열고 세계 비상사태 해제 여부를 논의했다. 다음주 초 회의 결과가 공개될 예정인데, 3년4개월 만에 비상사태가 해제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우리 방역당국도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는 수순을 밟게 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심각’단계의 위기경보 발령기간에 한해 허용된 비대면진료의 근거가 아예 사라지는 만큼 정부와 국회는 신속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어렵게 비대면진료의 발을 떼놓고서도 의료계 눈치만 보는 것 같다. 정부는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 제안을 받아들여 △대면진료 원칙하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재진 환자·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되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을 금지한다는 5개항에 합의했다. 벤처·스타트업계와 경제계가 요구하는 초진 환자 대상의 비대면진료를 원천봉쇄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의료계는 전면적인 비대면진료 반대 이유로 국민 건강권 위협을 들지만 실상은 밥그릇 지키기일 뿐이다. 2020년 2월 이후 3년간 이뤄진 비대면진료 건수는 3661만건에 이른다. 코로나19 재택치료를 뺀 736만건 중 136만건이 초진이었다. 큰 의료사고가 없었고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해 9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환자 170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용에 만족한다는 답변 비율이 62.3%, 향후 이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87.9%에 달했다.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중소도시보다 읍면지역 만족도가 더 높은 결과가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먼 지방에서 상경해 대학병원 의사한테 5분 진료받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비대면진료 대상에서 초진을 제외하면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한 플랫폼업체들이 고사할 위기라고 한다. 택시기사들 집단시위에 사라진 ‘타다’ 플랫폼의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