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외화 유출·환율 불안에 대비해야

Fed 금리 인상, 양국 격차 1.75%p
경기·물가 놓고 한은 고민 깊어져
재정·통화당국 간 정책 조율 긴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현재 4.75∼5.00%인 미 기준금리가 5.00∼5.25%로 인상됐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직후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며 긴축 종료 기대감을 일축했다. 10회 연속 인상도 모자라 한국(3.50%)과 미국의 기준 금리 격차가 1.75%포인트(상단기준)까지 벌어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닷컴 버블’ 시절인 1996년 6월∼2001년 3월 사이 1.50%포인트 차이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금리역전이다.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졌다. 앞서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로 경기 활성화에 힘을 실어줬지만 확대되는 한·미 간 금리 격차는 걱정이다. 과도한 한·미 간 금리차는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을 2월 전망치(275억달러)보다 100억달러 넘게 축소한 160억달러로 예상했다. 지난달 수출도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부문 경기 부진 장기화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어 7개월 연속 감소했다. 무역적자 행진이 14개월째 이어질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다.



미국보다 과도하게 낮은 금리는 외국인들의 자본 이탈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이는 원화 약세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와 대외신인도 추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치에 못 미치는 데다 미국발 금융 위기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금리동결에 무게추가 쏠리고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7% 오르면서 14개월 만에 3%대를 기록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억지로 눌러온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조만간 물가를 자극할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내외 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시장교란 행위 및 쏠림 현상 등에 대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크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1년여 넘게 지속된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지운 건 분명하다. 물가와 경기방어를 놓고 통화·재정당국 간 정책 조율이 긴요한 시점이다. 금통위까지 남은 3주간 환율과 물가, 경기 흐름을 면밀히 살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출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