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동개혁을 기점으로 깊어진 노·정 갈등이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으로 한층 더 격화하고 있다. 대정부 투쟁 전선을 구축한 노동계는 윤석열정부 출범 1주년(10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하투(夏鬪)’를 예고했고,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 주춤한 노동개혁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7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최근 분신으로 숨진 양회동씨의 빈소를 강원 속초시에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뒤 노동조합장을 치르고 있다. 양씨는 지난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전신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졌다.
노동계는 양씨 사망의 책임이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날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양씨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양씨의 형이자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인 양회선씨는 “동생은 두 아이의 아빠로서 한평생 양심 있고 진실되게 살아온 한 노동자였다”면서 “동생의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워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앞서 ‘주 최대 69시간’을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 노동개혁 속도 조절에 나선 정부는 양씨 사망이 노동계 반발의 새로운 불씨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 현장 등 노동시장에서 공정과 노사 상생의 관행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칙과 상식을 앞세운 정부 기조도 여전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정부가 노조에 지급하는 정부 보조금은 8억2600만원으로 지난해 지원액(35억900만원)보다 76% 감소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노조를 지원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주춤해진 노동개혁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근로시간 개편안을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설문조사에 돌입한 고용부는 개선안에 대한 논의를 9월 정기국회에서 이뤄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개편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거센 데다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