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실시한 윤석열정부 1주년 평가 전화 인터뷰에선 ‘대통령실을 추종하는 여당’과 ‘비판 일색의 야당’, ‘복지부동하며 눈치 보는 관료’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정운영의 세 축인 점에서 분열된 정치권과 그 사이에서 적극 행정을 펼치지 못하는 정부 조직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8월 세계일보가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의원 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칭찬 위주의 반응을 쏟아냈다.
인사 난맥과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여당 내홍에 시달렸던 100일 때와 비교해 이후 ‘3대 개혁’과 한·미 동맹 강화 등 윤 대통령이 주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며 성과를 낸 측면도 있지만,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여당 의원들의 눈치보기가 강화된 영향도 있어 보인다.
◆與‘쓴소리’, 野 ‘칭찬’, 소수 목소리 주목
대부분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대 야당이 정부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회 공전의 원인으로 민주당을 지목했다. 하지만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동을) 악용할 가능성 때문에 못 만나고 있는데 이것저것 따지면 못 만난다. (사법적 절차는 그것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나면 아무래도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인한 국정운영 부담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검찰 등) 특정 직업 출신들이 많은 인사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을 만난 사람마다 90%를 본인이 말씀하신다고 하는데, 이와 반대로 대통령이 90%를 듣고 10%를 말하며 결정하는 결정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다 동의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대통령실 참모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참모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요 정책이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뤄지는 의사결정 구조를 참모들의 직언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수렴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민주당의 한 의원은 ‘독선·독주 정부’라고 혹평하면서도 “윤 정부가 법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마약단속 같은 사회질서를 잡겠다고 하는 건 보수가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어젠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 갈등에 관료는 복지부동
관료들은 정책의 최종 관문인 국회의 문이 여야 대립으로 가로막힌 점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토로했다. 정권과 보폭을 맞추면서도 적극 행정에 조심스러워하는 기류도 엿보였다. 국무총리실의 리더십과 존재감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중앙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도 입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예전에는 관련 법안이 없어도 정책에 예산 투입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정부가 법 없이는 못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에선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의 존재감이 없다”며 “각 부처에 ‘걱정 말고 책임 있게 일을 하라’는 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책임만 엄청 세게 질 것 같아 대통령실과 총리실만 쳐다보는데 위에서 정리를 잘 못해주니 일의 추진력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외교적 성과를 높여도 국내 정치와 여론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결국 국정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포용·통합의 대통령 리더십을 회복할 것을 주문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대통령이 자주 ‘결단’하는 것은 정치를 거부한다는 말과 같다”며 “윤 대통령은 좋게 말하면 ‘탈정치’, 나쁘게 말 하면 ‘반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