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정상화’ 성과 尹 정부, 협치로 ‘불통’ 오명 씻어내야

탈원전 폐기와 노동개혁 호평
정치 실종·소통 부족은 아쉬워
2년 차부터 구체적 성과 내야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이젠 지난 1년간의 공과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남은 4년 국정 운영의 전략과 각오를 새로이 할 때다. 윤 정부는 지난 1년간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부동산 중과세 등 전임 문재인정부 시절의 오류를 바로잡는 데 주력했다. 거대 노조에도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 호평을 받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가치 외교’도 추구했다. 역풍을 감수하며 한·일 관계 정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권은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정상화 정부’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지지율은 30%대 초반(한국갤럽 기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권 과정은 드라마틱했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보여준 역량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 국정의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운전이 서툴다는 지적이 많다. 인사 난맥상 노출과 검찰 출신의 지나친 중용, 집권 여당 당무 개입 논란, 여당 내 계파 간 불협화음 등을 뼈저리게 되돌아봐야 한다. 3대 개혁(연금, 노동, 교육) 추진은 국민 공감을 많이 얻고 있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을 여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 실종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두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면서 여야 간 협치가 실종된 지 오래다. 윤 대통령은 1년간 제1야당 대표와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국민과의 소통도 부족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도어스테핑은 중단됐다. 신년 기자회견도 건너뛰었는데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는다.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은 채 국정을 이끌어 가려는 것으로 비친다. 야권이 ‘불통 정부’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정치 실종이 장기화하면서 시급한 민생·개혁 정책 추진에도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입법 권력을 쥔 민주당의 발목 잡기 탓이 크지만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에게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집권 2년 차가 되면 국민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평가는 냉정해진다. 국민이 첫해에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지만 2년 차부터는 구체적인 실적과 안정감을 요구한다. 윤 정부는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시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치와 소통이 급선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민 통합을 최대한 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그 초심을 되살려 협치와 소통으로 국민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정 운영 스타일의 과감한 변화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