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어제 서울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장을 만났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간 협력에 기업이 먼저 나서 달라”고 했고 단체장들은 “자원 공동 개발 및 전략 물자의 공급망 협력을 통해 공동 이익을 추구하자”고 요청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빠르면 이달 말쯤 우리나라의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 지위를 복원하고 양국 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 지난 3∼4년 얼어붙었던 한·일 경제 협력이 해빙기에 들어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자유시장주의 가치를 공유한 한·일 간 경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의 간판 산업인 반도체는 일본의 소부장 없이 성장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달 중순 발표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일본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일본 역시 막대한 메모리칩을 한국에 의존한다. 두 나라 모두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처지여서 한·미·일 반도체 삼각 동맹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