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길은 그간 어디를 향했고, 어떤 내용의 일정이었을까. 당선인 시절부터 “보수와 진보, 영·호남도 따로 없다”며 강조한 지역통합을 비롯해 국정과제로 내세운 역동적 경제, 지방시대 등을 아우르는 행보였을까. 대통령의 일정은 곧 정권의 메시지다. 국내외 주요 현안과 여론, 그에 따른 참모진 건의와 대통령 의중이 두루 반영돼서다. 대통령의 발걸음에 국정운영의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세계일보는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5월10일) 이후 8일까지 약 1년간 윤 대통령의 국내 모든 공개일정(대통령실 홈페이지 기준)을 분석했다. 총 437개 일정을 17개 시도로 나눈 결과 서울(351회), 경기(23회), 충북(8회), 대전·울산·세종(7회), 경남(6회), 부산·대구·충남(5회), 경북(4회), 인천·광주·전남·전북(2회), 강원(1회), 제주(0회) 순으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외교(100회), 경제·산업(72회), 국방·보훈(43회), 사회안전(33회), 문화·체육·종교(25회), 과학기술(20회), 보건·복지(17회), 지방(12회), 미래세대(10회), 교육(8회), 고용·노동(7회), 정무(〃), 환경(3회) 등 순이었다.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는 산업현장을 주로 찾으며 시민들과 접촉면을 넓혔다. 충청권에서는 지방 분권 관련 행사에 초점을 맞췄다. 호남권과 강원 일정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고, 제주는 취임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공식일정 과반은 대통령실, 관저
대통령 일정은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비서관회의, 국빈만찬 등이 진행되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222회)과 한남동 관저(3회) 일정이 전체 전체의 절반 이상(51.4%)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요 회의들을 비롯해 각국 정상회담, 업무보고 등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개방된 청와대에서도 34차례 일정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국빈만찬과 지난해 월드컵 축가대표팀 환영 만찬, 청년 및 과학자 등과의 수차례 간담회를 위해 청와대 영빈관을 찾았다. 국회는 취임식과 2차례 시정연설을 위해 3번 찾았다.
윤 대통령은 외국 방문에 따른 성남공항 행사를 제외하면 경기도 일정이 총 13회였다. 이 중 6차례는 경제·산업, 과학기술 관련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성남 판교 테크노벨리에서 열린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민간 주도 혁신산업과 규제 개선을 강조했고, 지난달엔 화성 기아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번 정부에서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며 출범시킨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지난해 7월 성남 영구임대주택과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각각 주거 안전 방안, 바이오헬스 산업과 관련해 2차례 주재했다. 인천에서는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영남선 산업현장·재래시장
제조업이 발달한 영남권에서는 경제·산업 관련 일정이 15회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윤 대통령은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현대자동차, 창원 공업단지, 구미 반도체공장 등 산업현장을 골고루 찾았다. 비상경제민생회의는 경남 창원 부산항신항과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벨리에서 2차례 참석했다. 이번 정부가 출범시킨 규제혁신전략회의·인재양성전략회의도 각각 대구 성서산업단지와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에서 1차례씩 주재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 등 시민들과 만나는 일정도 4회 있었다. 윤 대통령의 1년간 시장 방문은 총 7회로 영남 일정 외에는 서울 암사·통인시장,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 방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난해 5월 부산 자갈치시장을 처음으로 찾았다. 이후 국민의힘 내홍 등으로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이 급락해 20%대에 머물렀던 8월 보수 심장 대구의 서문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통시장은 민심이 모이는 곳이고 민심이 흐르는 곳”이라며 “제가 어려울 때 우리 서문시장과 대구시민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지지율은 추석 연휴를 거쳐 반등했다.
윤 대통령은 대일 외교 여파로 지지율이 점차 하락해 다시 20%대로 떨어졌던 지난 3, 4월에도 각각 울산 신정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때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 참석해 시구를 했다. 지난 2월엔 경북 구미의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기도 했다
◆충청선 주로 균형발전 행사
세종·대전 정부청사가 있는 충청권에서는 국가기관 관련 일정이 20회로 가장 많았다.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와 국립대전현충원에서의 각종 회의와 기념식 등 국방·보훈 관련 일정이 5회였다.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도 2차례 일정이 있었고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 현장 방문은 1회였다.
윤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만 7차례 일정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2030세대 및 다자녀부모 공무원 오찬, 국공립 어린이집 방문 등 일정을 소화했다. 과학기술 도시 대전에서는 관련 일정이 3회 있었다. 카이스트에서 열린 혁신 기업인과 대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우주경제 비전 선포식과 국방과학연구소 방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시도별로 충북 일정(8회)이 가장 많았다. 중앙경찰학교 졸업식, 청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대학생 오찬간담회를 비롯해 진천선수촌 방문 등 분야별로 다양했다.
◆호남 6회, 강원 1회…제주는 0회
1년간 호남권 일정은 6차례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고, 9월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이후 지난 2월 전주 전북도청을 찾아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한 뒤 전북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블록(선박 구조물) 첫 출항식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3월에는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에서 가뭄현장을 점검하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을 찾았다.
강원 일정은 지난해 10월 속초 엑스포 잔디광장에서 열린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 착공 기념식 참석 1차례뿐이었다. 대선 기간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조기완공 공약을 내세운 데 따른 것이었다.
제주 일정은 한 번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보수 정당 대통령·당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을 찾으며 통합 행보를 보였지만, 올해 추념식은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