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日 배려한 만찬… 기시다 “尹과 신뢰관계 돈독” [한·일 정상회담 이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 주재
참모진에 미래세대 교류 등 당부
만찬 뒷얘기 자세한 언급 회피
관계자 “양국 축제 분위기 아냐”

윤석열 대통령은 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보 산업, 과학기술, 문화, 미래세대 교류 등과 관련해 철저한 후속조치에 임해 달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했다.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찬은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언급과 최근 일본 이시카와현 지진 피해 등을 고려해 윤 대통령 방일 때 회동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당부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재개를 비롯한 양국의 전방위 협력과 미래세대 교류 등에 대해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 당시 2차에 걸친 만찬 뒷이야기를 자세하게 전했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짧게 전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55년 전 외빈을 맞이하는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지어졌던 곳’이라고 관저를 소개하면서 대한민국 각 지역의 농수산물을 공수해 만든 전통 한식을 총리 부부에게 대접했다”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수석은 “두 정상은 한·일 양국 문화와 스포츠 등 관심사를 공유하고 환담을 나눴다”며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이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좋은 말씀을 기대한다’고 제안했으며, 윤 대통령 또한 반갑게 화답했다”고 했다. 정원 산책을 겸한 두 정상 부부의 만찬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일본 측은 최근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지진 피해가 났던 만큼 양국 정상 만찬에 대해 자세한 공개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과 만찬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포함해 매우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윤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방한 일정을 시작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시다 유코 여사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참배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난 3월 한·일 정상 회동 때와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지금 양국이 축제를 할 분위기는 아니다. 기시다 총리가 현충원에 가서 고개 숙이고 참배한 모습도 그런 행동(과거사에 대한 유감 표명)을 암시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일 의원연맹 간부들과 면담하고 경제6단체장과 만난 뒤 일본으로 귀국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일본 방문 전 강제징용(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방식을 선택하는 결단을 했다. 이로 인해 한·일 관계가 움직이고 주도권을 쥔 측면도 있다”며 “미국 국빈 방문에서 워싱턴 선언이라는 한·미 간 핵방위 공동선언을 끌어내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전문가 시찰단을 오는 23∼24일 파견하기로 했다.